세상의 모든 폭력과 고통에 항거했던 시인들의 목소리가 담긴 50편의 저항시를 엮은 <시가 세상에 맞설 때>. 지금 이 시를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이 특히 불편하고 화나는 마음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
“권력이 사람을 죽이고, 시궁창 같은 현실로 옭아매어도 거리로 나서는 사람이 있다. 일평생 누구 하나 가슴 아프게 하지 않았음에도, 주먹을 쥐고 폭력에 맞서는 사람이 있었다. 어쩌면 시가 세상에 맞선 게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맞서왔는지 모른다.” p.5
최근의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 민주주의를 위협당하고 국가적 횡포가 자행되는 세계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학창시절 이육사, 윤동주의 시를 읽고 공부했었는데 받아 든 책에도 그 시가 있었다. 이처럼 한 시대의 고통과 저항하는 온 마음을 담은 시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때는 이럴 줄 알았을까. 그저 지난 역사로 치부하고 외우기 바빴던 문장들이 이제는 그 의미가 가슴에 새겨진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광야 중 _이육사>
저자는 시를 읽는 이유로 우리가 감동 받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 말한다. 우리는 살아있음에 시를 읽고 시가 살아있음으로서 세상이 주는 모든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고.
함께 읽어 내려간 시에는 세상을 향해 외치며, 연대를 위해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저항을 위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희망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리라는 숭고함이 담겨있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적 실천으로
들어 올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이제야 꽃을 든다 중 _이문재>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중 _신경림>
얼마나 더 침묵을 깨고 외치며 광장에 나가야 하는가. 광장에 나갔던 겨울이 봄이 되고 꽃이 피는데 또다시 주말엔 광장에 나가야 할 터이다. 양쪽 진영에서 서로 소리 높여 외치는 함성들에 귀도 가슴도 먹먹하다. 긴 시간 지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펼친다. 그리고 사위가 환해 질 때까지 광장에서 돌을 던지리라 또 다짐한다. 그 돌은 멀리 날아가 결국 빛이 될 것이니. 🤜🤛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저수지에 앉아 돌을 던졌다.
돌은 물속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침묵 같은 곳. 은신 같은
곳. 물속이 아니라면 인간세계에서 불행했을 텐데. 수없이
많은 돌을 물속에 던졌다. 중력의 법칙은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퐁당퐁당 노래를 부르며 돌을 던지던 때. 맞아보라고
던졌던 돌. 나를 봐 달라고 던졌던 돌. 더 이상 갈 곳 없는
징검돌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물속이 아니라 공중에
돌을 던진다. 던져야 부끄러워진다. 광장에서 돌을 던지는
사람들. 하늘로 힘껏 돌을 던진다. 사위가 환해진다. <돌을 던지면 환해지는 햇살_이재훈>
@mydear_b 마이디어북스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