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10년을 근무하며 미술관안의 작품들을 통해 얻은 사유와 경험을 담은 이 책은 온라인 독토 모임인 #평친클나쓰 의 도서 지원으로 읽게 되었다. 이렇게 내 손에 오려고 그동안 안 읽었던 걸까.
형의 죽음으로 상실의 늪에 빠진 저자가 선택한 것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었다. 넓은 전시실에서 예술품 앞에 그것들을 하루 종일 지켜보고 서 있거나 이동하거나 안내를 하는 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끝없이 탐구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의 인물들과의 관계로 커다란 구멍 같았던 상실은 일상으로 메워지게 된다. 저자가 찾아낸 자신만의 예술품을 보는 법, 위대한 그림과 삶,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위대한지 등.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드는 의문들을 저자는 깊이 사유하게 된다. 그런 질문들에 나 역시 한참을 고민하게 해 책장을 넘기다 말고 생각에 빠지게 된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pp.171~172)
또한, 경비원 동료들과의 일과를 통해 하루하루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위대한 그림들 너머 거장들의 삶과도 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거장 미켈란젤로 마저 그날의 일을 마치려고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p.198)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소중함이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지금, 매일이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역사의 순간을 이어가고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그저 유명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저자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거닐면서 말이다.
상실의 어두운 시간을 빛으로 물들게 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관계의 힘이 아닐까. 소통을 통한 격려와 다정한 안부를 묻는 관심과 사랑만이 우리를 빛이 머무는 곳으로 안내하리라 믿는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다 그래, 괜찮아 질거야’ 라는 공허한 말보다 매일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곁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서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게 된다.
그런 염원의 순간들 사이에서 저자의 시선을 따라 예술품들을 깊이, 예술가의 시선까지 맞춰봤던 순간의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라는 긴 제목만큼이나 말이다.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다음 이야기 또한 기다려진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p.326)
평친클나쓰의 독토를 통해 나온 질문들!
-나에게 미술관이란? 자주 가는지, 어떨 때 가는지?
-마음을 울린 그림이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하기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는지, 이유와 함께 소개하기
@woongjin_readers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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