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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3421님의 서재
  •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 임지은
  • 15,300원 (10%850)
  • 2024-11-28
  • : 7,815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p.9)

 

뱉지 못한 말들이 글이 되었음을 고백하는 작가는 어딘가 모난 구석이 있다. 그 모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마음속에 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추고자 어떤 척, 나이에 맞는 어른인 척을 연기하며 살아야 하는 나 역시 그러하다. 모남을 그냥 두지 않고 그것에서 또 세상을 견디는 힘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임지은이라는 작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 누군가에게 먼저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이 골고루 섞여 있는 게 세상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찔리기도 또 보듬어지기도 한다. 어떤 순간에도 볕이 드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가는 개를 보면서 깨닫기도, 화가 나서 소리치는 이에게 선뜻 내민 탱크보이가 그 순간을 무뎌지게도 하는 것. 세상은 이렇듯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낮 동안의 열기가 무색하리만큼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내가 사람들에게 배워온 것 또한 그 밤의 바람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당황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서로의 무언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p.208)

 

에세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나 자신의 이럴 수밖에 없음‘에 대해 쓴 글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반듯하게 자로 잰 듯이 굴러가는 건 실제로는 없으니 이럴 수밖에 없는 것들은 차고 넘친다.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면 어쩌면 우리는 글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 절망 앞에 놓일 때 나를 다시 일으켜주는 것은 글이었고 그것이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서 기인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12월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시간에 멈춰있는 나를 지금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오은 시인의 추천사는 이 책을 완벽하게 소개한다.

삶은 기쁨과 슬픔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혼탁한 혼탕이다. 그 혼탕에 몸 담그며 임지은이 발견한 것은 낙차다. 낙차는 높낮이나 시간, 수준 등의 차이로 나를 일깨운다. 성찰 이후에 생생해지는 것은 어김없이 나다. 그는 “냉장고의 소음”에서 “사시사철의 슬픔”을 감지하고 “후회가 하는 일”로부터 “꿈꾼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은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나무가 갈색이지만 갈색이지만은 않”듯, 그에게는 모노톤의 일상조차 형형색색의 현장이다. 삶에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 감정은 번번이 그를 뒤흔들지만, 그때마다 임지은은 더욱 세게 용기를 움켜쥔다. 연중무휴로 사랑하고 헤아리는 이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오은, 시인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길수록 거기에는 모난 마음들이 불현 듯 솟아나는 나에게 짙은 애정과 미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이다. (p.7)

 

‘너는 월요병이 있지만 나는 그냥 병이 있어 시발, 늘 스위치를 켜둔다고….’(p.82)

 

텐트 안에서 개는 한 뼘의 볕이 있는 자리에 자기 몸을 두기도 하고, 난로 앞 조금 더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웅크리기도 한다. 주어진 데서 기어이 제 몸만큼의 좋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너는 바로 아는구나.’

내가 오래 걸려 배운 걸 개는 그냥 해낸다. 기특하고 근사한 개 같으니.(중략)

스스로를 보살피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서 숨 쉰다. 개에게 배운 바,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한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4~106)

 

거듭 인생의 쓴 맛을 보다 보면 삶의 지지분함을 처리하는 게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나는 나무를 보는 방식으로도 지지분한 시간을 지나갈 수 있다. 그건 때로 살아간다는 것에 다름없다. (p.202)

 

@hanibook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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