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이라는 나이는 한국에서 사춘기의 절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각자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사춘기라는 단어로 뭉뚱그렸던 나는 반성했다. 각자 마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모습,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만났을 때 ‘성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한걸음 씩 치열하게 걸어 나가는 열 다섯들이 여기 있음에 “어, 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 다섯, 그럴 나이>의 후속편 격인 <열 다섯, 다를 나이>는 평범하지 않은 열 다섯들의 각각의 고유한 이야기로 한층 다양한 모양의 다름을 그려내어 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요즘 작가들의 요즘 십대 이야기들을 담은 소설집 <열다섯, 다를 나이>는 소아 비만인 ‘아놀드’의 영상을 보고 #헬스 를 시작하는 나의 #중독 과 #몰입 사이의 이야기, 서로 다른 축구팀을 응원하는 축구 #덕후 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자꾸만 중요한 것을 기억하지 못해 아침마다 주문을 외는 현준의 이야기 속엔 요즘 아이들 사이의 새로운 언어인 #줄임말 을 담았고, 친구와 다툰 뒤 #중고거래 로 게임팩을 구매하면서 의문의 게임 친구를 만나며 변화하는 #관계 를 다룬 형태의 이야기, 일정한 나이가 되면 집으로 배송되는 ‘개의 탈’을 쓰기를 거부하는 솔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처럼 5편의 소설은 흥미로운 열 다섯 남학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다섯 편의 색다른 소설 중에 강경수 작가의 <개의 시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유년 시절을 지나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을 ‘개의 탈’로 표현했는데, 공동체 안에서 사회적 가면을 쓰는 것에 대한 충격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어쩌면 중학생은 가장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를 지닌 나이라고 한다. 그때가 되면 한없이 큰 사람이었던 부모의 이중적인 면이나 가식적인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지금껏 선과 악의 이분법을 믿었었는데 선과 악은 공존하기도 하며 그것의 차이가 아주 작다는 것,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은 다수를 위한 것이며 소수를 위해서는 악이었음을 알게 되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렇다. 그런 순간들이 나에게 남아 있다는 걸 소설은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누구에게 온다는 것을.
다를 나이, 그러나 우리는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중이다. 누구나 경험하고 지나치는 시간의 모양은 다 다르고 어쩌면 또 같음을, 그런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책이었다.
<안전하고 완벽한 기억 보존을 위한 영원중 갓기의 시크릿 플랜>
“시작 홀드가 없으면 뭘 잡고 시작하는데?”
“네가 잡고 싶은 걸 잡으면 되지.”(p.89)
“너는 누구니?”
“기억하는 사람.”
“그럼 그걸 해.”(p.114)
<형태 마음의 형태>
“형 뭐 하는 사람인데요.”
“나는 네 마음의 형태를 보는 사람.”
<개의 시간>
부모들은 자식이 언제 개의 탈을 받게 될까 궁금해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자랑스러운 통과 의례로 받아들여 자식이 진정한 어른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우편물을 받은 자녀를 위해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다. 남을 물어뜯고 험담하게 되는, 소위 경쟁력 있는 아이가 된 걸 축하하는 파티라니.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솔이는 생각했다. (p.210)
개의 탈이 온다고 해서 모두 다 쓰는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솔이처럼 개의 탈이 지닌 난폭함을 깨닫고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아이들을 양이라고 불렀다. 스스로 양이 된 아이들은 개의 탈을 쓴 아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서 그들이 내뱉는 멸시와 조롱을 견뎌내야만 했다. (p.213)
@woorischool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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