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책을 출간한 작가라면 대단한 환경적 실천을 하고 있으리라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독자들의 이런 궁금증을 일상의 에세이로 풀어내게 된 질문은 “작가님은 일상에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요? 이다. 독자들의 질문이 책이 되는 것,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오래 쓰는 즐거움, 나누는 재미, 초록초록 식물들과 더불어, 아끼는 기쁨, 뚜벅뚜벅 나의 삶을 통해 환경작가 박경화의 유쾌하고 홀가분한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작가님의 유리병 사랑, 이사 온 집의 전 사용자의 가스렌지를 10년 넘게 쓴 이야기, 코로나 팬테믹 때 재봉틀로 만들어 나눈 천 마스크, 나비란을 잘 키워 분양한 일, 거의 나이만큼 오래 사용한 물건들 이야기,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은 나눔하고 텃밭으로 가꾼 야채로 밥상을 차리는 이야기는 지구에 무해한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새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우리나라의 중고 의류 수출액은 2022년 기준 세계 5위인 4650억 원이라고 한다. 1위는 미국(1조 3408억 원), 2위 중국 (1조 1297억 원), 3위 영국(5707억 원), 4위 독일 (4775억 원) 순이다. 독일의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3200만명정도 많은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중고 의류 수출액은 어마어마하다.
매 시즌 신상이 나오는 패스트 패션 시장은 주변의 쇼핑몰에 가보면 실감이 된다. 여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가을옷을, 그리고 겨울옷을 팔고 전 시즌 옷은 금새 세일에 들어간다. 4계절의 뚜렷함을 패션 시장에서 볼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패션 시장에서 느끼는 것이 아닌 오롯한 자연으로 느껴야함을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뜨끔.
재미난 이야기 하나. 작가님의 ‘잘 돌려주는 기술’인데 선물 받은 와인의 고급스런 포장지를 가게에 돌려주기, 세탁소의 철사 옷걸이 돌려주기, 종이봉투를 약국과 아름다운 가게, 알맹 상점 등에 기증하기, 포장지를 뜯지 않은 빵칼 빵집에 돌려주기, 우체국의 깨끗한 택배 상자 돌려주기, 출판사에 작은 상자 기증하기, 환경단체에 유리병 기증하기, 섬에 사는 환경운동가에게 에코백 기증하기 등이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랍고 그처럼 내 몸을 움직여서 재사용을 가능케 하는 것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언급된 것들 모두 나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고 쓰지 않으면서 어딘가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환경을 생각한다고 내가 실천하는 것들은 불편함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선택적 환경 실천이었던 것. 에코백, 텀블러 사용하기, 재사용 용기 가끔 사용하고 재활용 분리 재출 꼼꼼히 하기, 지퍼백 깨끗이 씻어서 재사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기 정도. 그러나 일회용품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어느새 우리는 종이컵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환경 책을 읽고 위기를 인식하고 책을 덮으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끝이었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거대하고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이라도 주변 사람들과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꼭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우선 종이봉투부터 기증해야겠다. 우리 모두의 삶이 초록빛으로 빛나도록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가야 할테니.
@hanibook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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