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것을 ‘공익’이라고 부르는가?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모두의 이익’이란 뜻인데 과연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 보편타당한 ‘공익’이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질문으로 들어가는 글을 열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익과 사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이란,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이라고. (p.5)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노동자의 투쟁과 철거민, 노점상들의 빈민 투쟁을 해온 저자는 ‘공익.인권 변호사’로 불린다. 그런 공익 사건들에 뛰어드는 이기적 동기로 끝없는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가 필요해서임을, 이타적 동기로는 그 이기적 동기를 부끄럽지 않게 하는 명분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불의한 사회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이들과 연대하고, 변화시키려는 변호사, 활동가가 저자이다.
1장 「공룡과의 싸움」에서는 국가는 국민의 공익을 보호하는가라는 주제로 국가를 등에 없고 행하는 공권력의 민낯과 스쿨 미투의 뒷 이야기를 통해 안일한 국가의 모습을, 공권력이라는 공인된 폭력을 행했던 강제 철거의 현장 등을 살펴 본다.
2장 「무엇이 공익인가」에서는 불온한 사익 투쟁들의 이면이라는 주제로 자기 가슴에 칼을 꽂은 철거민, 지속된 폭언과 폭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경비 노동자, 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건, 이마트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 80년 무노조 삼성의 흑역사의 무너짐, 이혼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이면들을 다룬다.
3장 「나의 사익 투쟁기」에서는 변호사를 변호합니다라는 주제로 거대 회사와의 소송에서 이기고도 결국 패배한 노동자의 모습, 로스쿨 개혁운동에 나선 저자의 이야기, 검경 수사권 등을 다룬다.
학생 신분과 수습 변호사 때부터 소수자, 약자를 위해 변호해 온 저자의 행보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서 공익과 사익의 의미를 톺아 본다.
시민의 편의, 사회적 합의, 다수의 행복이라는 탈을 쓴 ‘허용된 공익’에 맞서는 ‘위험한 사익’을 위한 변론이라는 문장에 저자의 변이 들어있다. 우리가 ‘모두’ 합의한다는 것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에 납작한 마음이 들었다. 절대 다수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절대 소수가 되기도 하니까. 함께 서로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유치원에서 배우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자신의 이익 앞에서 남을 배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왜 그러는지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더 악으로 치닫게 되는 지름길이다. 서로의 틈을 조금이라도 좁혀보는 길은 타자의 이해에 있다.
저자는 진실은 대단히 구체적이라고 말한다.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이 더 이상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음을, 단지 ‘싸우지 좀 마라’,‘데모 때문에 차 막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왜 이러냐’ 하기 전에 그들이 대화를 통한 화해가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야 함이다. 정의는 대개 낮은 곳에서 만들어지고 높게 있는 자가 낮게 임할 때 평화와 화해가 구현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익의 범위가 확장되어 가길 바라게 되는 책 <불온한 공익>이다.
@hanibook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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