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p.280)
남성들의 손으로 그려진 여러 시대의 그림들. 그 안에 담긴 차별과 조롱도 있지만 여성성을 떠나서 노동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그린 작품들. 그리고 이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시선에서 책장을 놓을 수가 없다. 각 챕터마다 각각의 주제에 따라 소개되는 예술작품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그 시선 속에 담긴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에세이인가 싶다가 철학적이기도 하다. 그쯤에서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철학 하는 분이셨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글과 생각을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단단한 일상이 지탱하는 커다란 무게, 그것의 고마움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물방울 맺히는 다정함, 슬픔을 해석하는 다양한 모양으로 사랑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 책을 보듬게 된다.
그에 멈추지 않고 작가는 말한다.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는 사유의 방을 보며 작가는 뒷모습을 보려면 의지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그것은 바로 멈춰서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이고, 그런 자세를 말하며 ‘우리는 어디를 보려고 하고, 어디까지 보려고 하는지. 당신은 무엇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p.280) 라고 삶에 대한 나의 자세를 점검하라고 말을 건넨다. 울림이 있는 많은 이야기 중에 나에게 이 문장이 와닿은 것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것. 어쩌면 이건 일생 동안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나를 만났을 때 그 책은 내게 크게, 깊이 새겨지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저자의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그런 글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다.
예전의 내가 보았던 거울이 반사하는 물건이었다면 지금 내가 보는 거울은 반영하는 물건에 가깝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수렴하는 물건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마음을 고이게 하기 때문이다. 반사와 반영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시간의 웅덩이가 있다. 시간이 모여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이 반영이고, 수렴은 그 그림자들이 모여 향하게 되는 지점이다. (p.88)
‘삶’을 쓰려다 ‘사람’으로 오타가 났기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실수하기에 ‘사람’이 되고, 또 우리가 이렇게 실수를 하기에 사람이 크게 보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만들려는 것보다는 그 서투름과 불완전함을 널리 사랑하는 일. 그게 먼저다. 우리 삶을 품는 것은 사실상 한 치의 오차, 거기에서 생기는 헐거운 틈이라는 것도. (p.193)
@hanibook 한겨레출판사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언니네미술관 #이진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철학 #그림 #인생이야기 #책 #책친구 #hongeunk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