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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3421님의 서재
  •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박서련
  • 14,400원 (10%800)
  • 2024-10-10
  • : 228

 

#소설잇다 시리즈

 

<백년을 잇는 삶>

 

일제강점기의 여성작가로서 박화성은 신여성이자 사회주의자와 결혼한 여성 동지, 글쓰기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여성 가장이었다. 가장 오랜 활동을 했고 제국주의와 식민지하의 궁핍하고 핍박받는 민중과 노동자, 여성 등이 처한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세계를 이루어냈다.

 

<홍수전후>와 <호박>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계급의식과 남성 가부장성을 다루는 소설이다. <홍수전후>에서 보이는 재난의 불평등은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니 백년이 지나도 계급적 불평등이 계속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폭염으로 사망하는 온열질환자가 많아짐을 <폭염 살인/제프 구델>은 ‘실내 기온은 계급을 가르는 기준’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이미 경고한 바다.

 

<호박>의 주인공 음전은 타지에 나가 고생하는 약혼자를 위해 미래를 약속하며 호박 두 개를 몰래 갈무리해 두었다. 그런데 그 호박은 탐내는 이도 많다! 결국 약혼자가 꼭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의 징표인 호박은 고생하는 약혼자를 위한 셔츠와 맞바꾸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가난으로 맞게 되는 모순들이 그려지는 당시의 소설들에서 여성은 계급과 젠더, 불평등에 남성보다 더 취약했음을 느낀다.

 

<하수도 공사>는 당시의 노동 착취로 인해 동맹파업을 다루었는데, 노동자인 서동권의 애인인 ‘용희’를 통해 동권과의 사이에서 계급의식의 각성으로 인한 갈등과 모순을 보여준다.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그러나 용희는 어쩐지 누가 아오?”

“그런데 말이요, 어째 우리의 사랑이 합당하지 못하다고 그래요?”

“그것쯤이야 용희가 생각해보면 알겠지. 지금 우리의 사랑이.”(pp.54~55)

 

박서련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대학 독서동아리에서 <하수도 공사>를 접한 림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림은 동아리의 회장인 진과 사귀는 사이이고, 진은 총학생회의 재건을 목적으로 동아리를 운영 중이고 레즈비언으로서의 커밍아웃 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그들은 <하수도 공사>를 읽고 토론하는데 림은 그 안에서 ‘용희의 시점으로 소설이 다시 쓰인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하수도 공사>의 동권을 진으로, 자신을 용희에 대입하여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라고 말함으로써 백년을 넘은 대답을 하게 된다. 소설 안에서 다뤄지는 소설을 박서련의 언어로 다시 보는 재미가 있었고, 이런 대답을 통해 백년을 넘은 두 작가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묘한 전율이 흘렀다.

 

이처럼 백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고민하고 갈등하는 존재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랑, 사랑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갈등, 경제적인 궁핍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욕망과 현실 사이에의 그것마저도 지금 전하는 메시지와 같으니 박화성, 박서련 두 작가의 맞닿음은 당연한 것일까. 소설 잇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정말 지금의 정세에 매우 합당함이다.

 

이 굉장한 하수도를 보는 자, 돈과 문명의 힘을 탄복하는 외에 누가 삼백 명 노동자의 숨은 피땀의 값을 생각할 것이며 죽교의 높은 이 다리를 건너는 자 부청의 선정을 감사하는 외에 누구라 이면의 숨은 흑막의 내용을 짐작이나 하랴. (p.91)

 

@jakkajungsin 작가정신출판사의 작정단13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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