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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3421님의 서재
  •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정아은
  • 16,200원 (10%540)
  • 2023-10-27
  • : 5,524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어릴 적 엄마는 계몽사 세계전집을 할부로 사주었다. 오빠를 위한 책이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불우했던 가정을 잊고 싶어서 도망쳤던 곳이 책이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소설, 만화, 무협지 등 책 속에는 나를 괴롭히는 현실이 없었고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공부는 해서 뭐 하나 했던 암울했던 시간. 책이 있어서 버텼다.

 

그리고 책을 잊고 살았다. 사느라 바빴는데 아이들 키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여유로울 때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다시 만난 책과 이번에는 독서모임이 있었다. 더 다양한 책을 읽고 나누다 보니 어느새 책 중독자처럼 책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잠깐 일하는 시간을 1년 정도 가졌는데 그 이후 더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건 읽기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사라져버리고 소진되어 버린 느낌. 책을 읽지 못하면 그랬다. 모르는 건 읽어서 알고 싶고 아는 건 읽어서 더 알고 싶은 욕심이 났다. 읽고 싶은 책이 보이면 서평 신청을 하고 책 모임을 하고 따로 읽고 싶은 책은 또 빌려서, 사서 읽는다. 책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함께 책을 통해 나누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에게 돈이 되지도 않는 책 읽기는 중요하고 소중하다. 나를 나로 있게 하는 버팀목같은 것.

 

이 책을 읽고 나의 읽기가 생각났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으면 좋아서라고 답하는데 진짜 좋다. 어쩔 수 없이 못하니까 몸살이 날 것 같고 다시 하면 너무 좋은 것. 나는 읽기다. 작가님은 쓰기. 우여곡절 끝에 내린 결론은 다시 글쓰기였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이란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벗어날 수 없는 거다.

 

나는 어느 한순간도 글쓰기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의식 차원에서는 내려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내 정신의 압도적인 영토를 점령하는 무의식은 알고 있었다. 내가, 전혀 글쓰기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p.208)

 

부제가 말해주듯 먹고사니즘부터 글쓰기 세계의 이면까지 다 까발려 주는 재미난 책이다. 진짜 재밌다. 혼자 거실에서 읽다가 짠해서 눈물 나고 작가님의 솔직함에 깜짝 놀라기를 여러 번.

 

문학상에서 수상을 하고 본인을 천재작가라 칭하고 자만심이 일었던 모습, 그 이후 여러 작품들을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며 다른 공부를 했던 모습, 그럼 에도 결국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 거절당하던 시절의 상황을 ‘타인의 평가와 거절에 적절하게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며 아등바등 시간 견디기 미션’이라 표현한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거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같다는 공감을 느꼈다.

 

‘출판이 되든 되지 않든, 베스트셀러가 되든 되지 않든, 사회적인 인정을 받든 못 받든, 나는 감각하고 경험한 모든 것을 부지런히 글로 옮기도록 코딩된 그런 생물이었다.’ (p.210) 라는 글은 작가님의 일종의 자기 고백처럼 느껴졌다.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진 작가님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재미난 글 ‘계속 써주세요!’ 라고.

 

자신을 ‘자아상이 비자본주의적 동기가 자본주의적 동기보다 눈곱만큼이라도 더 많이 들어있는 삶을 영위하려고 버둥거리는 유한한 사피엔스 종’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가님이 보였다. 솔직한 그의 말에 더 깊은 신뢰가 느껴지고 단단함이 전해진다. 일종의 영업 비밀도 술술 풀어내는 작가님에게 단단히 매혹당했다. 솔직한 자기 고백에 심쿵 할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이다.

 

작가의 핵심 정체성은 무엇인가. ‘거절’이다. 작가로 살아가던 어느 날, 불현듯 이것을 알게 되었다. (p.313)

 

나는 왜 쓰는가? 인정받기 위해 쓴다. 속임수나 얄팍한 술수가 아닌 뜨겁고 묵직한 가슴으로 덤벼들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쓴다. (p.231)

 

작가와 편집자는 독특하고 깊고 처절한 관계에 돌입하게 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상대의 영혼 핵심부에 돌입해 들어가 그 세계와 씨름해야 하기에, 필수적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이 과정은 두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까워지는 과정에 호감이 개입하든 개입하지 않든,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 (pp.273~274)

 

@marmmo.pres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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