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린 사람-은유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3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10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 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P.162
"인물에 가까이 서 있는 것. 그 인물과 거리를 아주 좁게 만들어서 평가나 판단을 하기보다는 이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 가능한 한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요."
P.280
'나'의 생은 아직 계속되는 거니까 이걸 잘하고 싶어 하는 에너지가 동시에 생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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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크게 그린 사람>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3월에 걸쳐 〈한겨레〉에 연재된 ‘은유의 연결’에서 만난 16인에 다른 매체에서 함께한 2인을 더해 새롭게 엮은 인터뷰집이다. 인권기록 활동가, 의사, 소설가, 시인, 만화가, 가수, 정치인, 경찰, 아나운서, 기업인 등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분야 다양한 시야를 가진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야로 세계를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18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크게 그린 사람>. 처음 18명의 인터뷰가 담겨있다고 해서 '하나의 책에 너무 많은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이 책은 18명의 이야기가 모두 담겼어야 하는 책임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이는 모두 달랐지만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 목소리에는 그들의 가치와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있었다.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바라는 모습인지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옳은 가치와 목소리, 행동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소신있게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나아가 목소리는 행동으로 이어저 본인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머리말에 나와있는 이 글은 이 책의 내용을 대표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이 경험이 쌓여 '나'를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너는 단발이 잘 어울려"라는 말은 나에게 단발이라는 또 다른 변화를 알려주며, "귀찮아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녀, 플라스틱을 줄이려고"라는 말은 나에게 환경이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즉, 이야기가 나를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경험은 나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불안하고 고민이 있을 때 과거의 경험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고, 더 발전하는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이를 구별하며 받아들일 수 이어야 한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사실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하지만 아직 올바른 가치가 없다면 휘청거리기 쉽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책을 읽어야 한다. 다양한 직업, 환경에서 살아온 작가들의 글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직접 경험보다 나의 가치를 만들기에 약할지 몰라도 글이라는 간접경험은 우리가 보다 안전하게 타인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젠가 우리는 본인의 목소리와 가치를 크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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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여기서 똑똑함은 국영수를 잘 했다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자세히 본다. 어떤 단어를 주로 쓰는지, 말 할 때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보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를 살핀다.
어느 날은 굉장히 깊고 넓은 세계를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랑 계속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가진 세계가 작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의 세계만 살펴봤지 한 번도 나의 세계를 살펴보지 못했다.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다. 왜 나는 상대방의 세계만 넓기만을 바랐을까. 아마도 내가 그렇지 못했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넓고 깊은 세계를 찾았고 바랐던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세계를 살펴보기 전에 본인의 세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나의 가치관을 사랑하며 어느 위치에서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크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