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양선아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3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67
나의 행복의 마지노선은 엄청 낮아졌고, 행복을 느끼는 빈도수는 늘었다. 그렇다.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P.165
암 치료 과정에서 배운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다. 의사도 가족도 나를 대신해서 암과 싸워줄 수는 없다. 결국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P.217
여러 사람과 행복한 순간들을 나누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한 순간들을 듣다보면 '아 저런 행복도 있지', '아~ 이런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힌트를 얻곤 했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행복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감탄할 줄 아는 구체적인 행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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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의 저자이자 주인공 양선아는 한겨레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2019년 12월 갑작스럽게 유방암 3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평소 암을 본인과 연결시켜 생각한 적도 없었기에 주인공에게 이 사실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계속된 투병 생활은 주인공에게 불안과 절망이라는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선과 행복에 대한 기준, 삶을 대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태도와 가치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단순히 저자가 암 환자이지만 나는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간다의 태도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냥 저자 자체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놓고 보았다. '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보다는 '동등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항상 나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적이 많다. '주변의 시선과 이미 정해진 규칙들을 과연 내가 깰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떠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고민은 점점 커져간다. 작가가 암이라는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주체가 되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해 행동한다지만 막상 나에게 암이라는 상황이 다가와도 작가와 같이 결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결심과 행동력은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주는 책인 것 같다.
얼마 전 수업 중 교수님께서 "여러분은 언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세요?"라고 질문을 하셨다. 토론 수업이라 교수님의 질문에 모두가 답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난 그 질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당시 나는 빨리 수업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해당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순간 정말 '나는 언제 행복할까?'를 생각했을 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학생들이 답변이 거의 끝날 때쯤 한 학생의 답변이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저는 정말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릭요거트를 먹을 때, 집에 도착해서 강아지랑 놀 때, 친구랑 카페 가서 이야기하고 같이 놀고먹을 때도 정말 행복해요."
이 말을 듣고 뒤에서 크게 한 방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행복을 크게 생각한 것일까? 꼭 커다란 성취에만 내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인가?
아니다. 나도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것도 가장 많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혼자 소파에서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랑 약속을 잡고, 떡볶이를 먹을 때에도 나는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책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에서도, 그리고 수업에서도 행복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모두 바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요즘 행복의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나의 일상은 조금 더 의미있고 활기차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