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으로
밤 2025/06/2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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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몸으로
- 김초엽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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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5-06-11
: 5,913
『다시, 몸으로』완독. 몸이 없어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감각할 수 있을까? '몸'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떤 형태만이 몸이 되는 걸까? 일정한 형태가 없어도 여전히 몸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주로 육체보다 영혼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바로 그 '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고 나니 '몸'에 관심을 두는 건 결국 영혼에 관심을 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저우원 작가님의「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이었다. '언어재난'이 도래해 단 몇 초의 스침으로도 서로의 언어가 뒤섞이고 변형되어 모두가 자신의 모국어를 잃을 수밖에 없는 세계.
p. 88 언어의 경계는 세계의 경계다.
언어를 잊는다는 건 세계를 인지할 방법을 잃는다는 것이다.
언어는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이라는데, 그런 언어가 매 순간 변화한다면 우리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까? 흥미로운 세계관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기억에 남은 단편이다.
p.239 우리는 오해하고 있어. 인간이 고통을 두려워했다고. 고통은 지옥과 같다고. 하지만 다르지. 고통만 있는 지옥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현실은. 현실은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현실이었던 거야. 고통이 주는 쾌감과 희열. 인간은 무언가를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어. 말 그대로 파괴와 멸망을 갈망하지. 끊임없이 죽음과 세상의 종말을 떠올린 걸 봐. 그건 두려움으로부터 의연해지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모든 것은 끝내 죽고, 소멸한다는 해방에서 비롯된 희열이었을 거야. 죽음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 않아. 고통이 없다면 쾌락도 없겠지. (…) 인간의 몸은 고통을 원해. 죽음을 원하기도 하고. 그건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본인의 의지로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 해. 죽음의 순간과 형태, 그때 느낄 고통의 크기까지.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원하는 삶과 쾌락.
인간은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없고, 그 고통은 때때로 몸으로부터 비롯된다. 어쩌면 우리는 영혼의 고통만큼이나 몸의 고통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 두 가지가 언제까지 구분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p. 100 “언니, 저는 지난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내일을 살겠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몸'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미래에는 또 어떻게 변화해 있을지 알 수 없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내일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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