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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비님의 서재
  •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 이동호
  • 15,300원 (10%850)
  • 2025-03-15
  • : 710
어릴 적 외갓집에 갈 때면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멀미가 심한 나에게 2시간의 시외버스는 곤욕이었다. 외갓집에 발을 들여놓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의식이 있다. 내 입에 동치미를 떠 넣어 주는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일이다.

“아이고 우리 손녀, 버스타고 오느라 고생했지? 차멀미에는 이 동치미가 최고야. 암만, 이거 만한 게 없지. 얼른 먹어. 자, 한 입만 더, 더!”

어른이 되면서 시외버스를 타는 일도, 멀미를 하는 일도 없어졌지만, 외할아버지가 입에 떠 넣어주시던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가끔 그리웠었다.

이동호 저자의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를 읽으며 그 향수가 짙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읽고 책을 덮으니, 동치미 국물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동호 농부가 꼭 우리 외할아버지 같았다.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시느라 까맣게 그을린 얼굴, 땀이 몽글몽글 흐르지만, 언제나 껄껄껄껄 웃으시던 할아버지. 우리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겠노라고 부지런히 일하시던 농부셨던 할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이 책을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한 구절>>
죽지 않는 한 삶은 계속될 것이고 고생이 따르겠지만 어 찌어찌 살아지겠지요. 어쩌면 대부분의 삶이 그런 모습 아니던가요. 한때 가난이나 고생이 왜 나만 따라다니느냐 원망도 했었는데 모든 것이 경험이고, 그런 경험을 통해 머리가 커진다는 걸 알고 나니 편해지긴 합디다. 그래서 이렇게 뻔뻔스럽게 사는지도 모르지요. P.58


세상을 살다보면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고수들이야 그런 일을 만들지 않지만 하수인 저는 그리 못합니다. 어떤 이는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도 합니다만, 그것도 어렵습디다. 저는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으면 꾸역꾸역 시작합니다. 하다보면 시간이 가고 어느새 하루가 지나지요. 그러다보면 일을 끝내게 되더라고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봅니다. 찔레덩굴 속을 헤매는 일이 딱 그렇습니다. P.260
세상을 살다보면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고수들이야 그런 일을 만들지 않지만 하수인 저는 그리 못합니다. 어떤 이는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도 합니다만, 그것도 어렵습디다. 저는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으면 꾸역꾸역 시작합니다. 하다보면 시간이 가고 어느새 하루가 지나지요. 그러다보면 일을 끝내게 되더라고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봅니다. 찔레덩굴 속을 헤매는 일이 딱 그렇습니다. P.260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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