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한국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엮어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언뜻 보면 다른 장소, 다른 시대에 해당하는 주제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념의 차이로 전쟁이 발발하고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혐오하는 데서 비극이 일어나며, 다른 인종간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제하는 데에서 또 비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인 '김주니'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녀가 당하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이 맞을까, 피해야 할까,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까.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호랑이 동화' 이야기를 해주며 자꾸 피하기만 하면 결코 호랑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주니는 많은 고민과 갈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친구들과 힘을 모아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
주니의 할아버지 '도하', 할머니 '진주'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겪었던 전쟁의 아픔, 미국으로 이주해 오면서 겪은 어려움이 주니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다. 나도 외할머니 생전에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은 적이 있다. 잠깐 들었던 전쟁의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겠지만, 할머니가 거쳐왔을 시대는 지금과는 너무 다른 힘든 나날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비난하고 고발하던, 말도 안되는 시대의 비극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아 남았고, 만나서 사랑했고 아이들을 낳으며 새 삶을 찾았다.
우리의 삶에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며,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이 당연한 사실을 모두 가슴 깊은 곳에 새겨야 할 것이다.
아동문학치고는 참 무거운 주제이지만, 아이들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2인 내 아이도 한번 책을 들고는 이 두꺼운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을까?라고 말을 하더니 며칠에 걸쳐 쉬지 않도 단번에 읽어나갔다. 아이에게는 책 속에 담겨 있는 현실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너무 비극적이고 처참한 현실이라 아이에게 보여주기 머뭇거려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잘 전해졌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