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소설의 개성은 서사에서라기보다 특정 문화권의 뿌리를 거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어쩌면 무중력 상태를 지향한다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읽으면 인물들이 사용하는 어투가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馬)’가 “씨발년”하고 한국식 욕을 하는 동시에 “그건 알 바 아니지만, 당신 궁둥이를 다시 보니 반갑기는 하구만.”이라며 미국식 표현(butt)을 사용하고, ‘돈경숙’이 “개구리 좆만 한 거 달고 어슬렁대지 말고.”라는 관용어 같지만 출처를 알 길 없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또한 “그리고 우리는 오늘 외출할 수 없어.”라는 부자연스러운 번역문 투로도 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물의 발화를 섬세하게 살펴보면 어떠한 문화권에도 귀속되지 않으려는 문화적 무국적주의자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