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알라딘의 미섬
  • 화이트 타이거
  • 아라빈드 아디가
  • 10,800원 (10%600)
  • 2009-03-20
  • : 1,163
알라딘의 구매목록을 뒤져보니 2015년에 다운받았다. 맨부커상(2020년부터는 그냥 부커상이 되었단다. 몰랐다)을 수상작에 실망한 일이 거의 없어서 매년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역대 수상작들과 쇼트 리스트에 올랐던 작품들의 번역본을 검색해서 일단 지르고 보는데 아마 2015년에 가장 대대적으로 뒤졌나보다. 이 책은 그때 분명 종이책은 품절 또는 절판이었다. 그런데 마침 전자책은 있어서 ‘맨부커를 전자책으로 사다니 ㅠㅠ’(그때만 해도 전자책은 뭔가 책을 제대로 대접하는 방식이 아닌 것 같아 책장에 꽂혀 있지 않아도 그만일 것 같은 책만 전자책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종이책을 꽂을 자리가 없고 종이책보다 월등한 휴대성과 가독성에 오히려 전자책을 선호하는 것도 같지만…) 이랬던 기억이 있다.

그걸 이제 읽었는데… 아,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가난한 사람을 밟고 또 밟아 그들이 스스로를 물건으로 여길 때까지 밟아 자기 뱃속만 채우는 천한 자본가들의 발밑에서, 자유를 찾아 기를 쓰고 빠져 나오는 무나-발람. 그리고 인도. 그리고 사람. 재미있고 끔찍하고 짠하고 뭉클하고 멍하다… 두어 해 전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것도 볼까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누구보다도, 소설 속에 묘사된, 너무 밟혀서 밟히지 않는 삶을 상상하지도 못하는 인도의 어둠의 세계 거주민들이다(인도 인구의 99%).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문맹이고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를 테면 독서-에 쓸 여유의 힘은 없겠지… 이건 물론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학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닿지 못하는… 자본가 계급에서 깨어 있다는 이들이 이런 책을 읽고 뭔가 깨달아 세계를 역전시키려고 행동에 나선다 해도, 그들이 동정심에서 행동에 나선 거라면 노예 상태에 완전히 길들여진 사람들을 결국엔 더 모욕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처녀작으로 맨부커를 거머쥔 작가의 다른 책들은 번역된 게 없나보다. 아쉽다. 한국어책도 쌓아놓은 게 많아서 남의 나라 말 책까지 찾아볼 여유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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