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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책으로 나왔구나.”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은 첫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 인터넷 같은 이곳저곳에 쓴 글들을 묶어서 낸 책들에 대해서 대개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왔지요. 주제도 다르고 발표 시기도 다른 글들을 하나로 묶다 보니 글의 내용이 가볍고 흩어져, 깊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종강 선생님의 글들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 글들입니다. 그것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사실 ‘노동운동’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너무나도 ‘솔직한’ 제목 때문에, 혹여 이 책에 거부감을 갖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꼭 읽어 보아야 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평소 헌법 제33조에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명문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이라면, 평소 ‘귀족 노동자들’의 ‘배부른’ 파업에 분노해 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노동운동’에 대해 가졌던 잘못된 편견을 깨고, 부당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20년 동안이나 노동자들을 교육하러 다닌 글쓴이는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것 못지않게 당연히 노동자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무척 많았을 것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그이들에게서 배우고 깨지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내용들이 이 책 곳곳에 많이 녹아 있다는 것은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글쓴이가 현대정공에 강연을 갔을 때 졸다가 바닥에 넘어진 한 여성 노동자를 놀렸다가, “그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힘든 정련부 소속이다. 우리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네가 아느냐?” 하는 항의에 반성하는 모습은 글을 읽는 저 또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또 팔이 잘린 산재노동자들을 만나고 20일 넘게 단식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과연 그이들의 고통을 위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모습은 읽는 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 땅에서 진보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는 현실 문제에 치열하게 개입하여 싸우지 않고 단지 칼럼 몇 줄을 쓰는 것만으로 (자신의 실제 기여보다) 더 높은 명성과 대가를 얻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물론 그이들의 구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그런 사람들이 쓴 글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그이들의 글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지적 오만함 대신에, 1년에 300일 이상 전국 각지를 돌며 쉴 새 없이 강연을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동자들에 대한 ‘부채감’에 시달리는 또 다른 한 ‘노동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분명 수세적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는 말 속에서 현재 노동운동이 겪고 있는 위기들과 또 노동운동에 가해지고 있는 공격들에 대한 아픔이 잘 드러납니다. 이 책의 제목이 ‘당연히 희망은 노동운동’으로 바뀔 수 있는 그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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