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탐방한 적이 있다. 매립지를 홍보하는 한 관계자는 해당 매립지가 쓰레기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땅에 묻고 있는지, 냄새를 어떻게 최소화하는지 등을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쓰레기를 싣고 끊임없이 들어오는 거대한 트럭 여러 대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럼 이 다음은?’
위의 인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2025년 종료된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남짓 남은 셈이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많은 나라들이 찾는 ‘대안’은 동남아시아 등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이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게 돈을 주고 쓰레기를 처리하게끔 한다. 경제적 원조가 필요한 개발도상국은 쓰레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 처리한다. 선진국은 손쉽게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눈앞에서 깨끗이 치워버릴 수 있다. 그들의 생계와 삶은 관심 밖이다.
올리버 프랭클린-윌리스의 『웨이스트 랜드』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을 날카로운 눈으로 담아낸다. 그는 악취를 이겨내고 모두가 외면하는 ‘버림받은 땅’에 선다. 그는 폐기물 산업의 세계화 과정을 여러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생동감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 선진국이 외면하고 버린 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사람들은 쉽사리 암에 걸리고, 아이들은 공부 대신 쓰레기 산을 뒤지는 일상을 보낸다.
이 책은 단순히 쓰레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는 ‘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가 일상에서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넓게 보면 쓰레기 안에는 각종 산업 폐기물,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된 공기, 음식 쓰레기를 처리할 때 생기는 오수, 전기를 생산하며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 등이 포함된다. 놀랍게도 기부를 목적으로 한 중고 물품도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오염된 것들은 개발 도상국으로 수렴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 기업이 일부러 물건을 오랫동안 못 쓰도록 설계하는 ‘계획적 진부화’가 쓰레기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환경 보전을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여 그린워싱한 뒤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도 많다. 이처럼 쓰레기 뒤에는 제국주의와 소비 지상주의, 기업의 교활한 판매 전략 등이 숨어있다.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재활용률은 처절할 정도로 낮고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한계가 있다. 답은 책 속에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 “소비를 적게 하라.” 부족함을 우리의 동반자로 여기고 함께 지니며 사는 것이다. 풍요로움에 익숙해져 눈이 멀었지만 부족함은 인간의 오랜 친구였다. 넉넉히 사는 습관, 남으면 버리자는 마음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 모여 지금의 쓰레기 대란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더 근본적으로는 폐기물 체계의 변혁적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폐기물 발자국을 투명하게 밝히고 소비자들이 관련하여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있어야겠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외면하지 않는 것. 지금처럼 다른 나라로, 바다로 눈 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직면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가 거닌 쓰레기의 여정에 함께 한다면 내 눈앞의 쓰레기가 한결 다르게 보일 것이리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