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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ixing님의 서재
  •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이은재
  • 14,220원 (10%790)
  • 2022-08-01
  • : 494

 ‘지지리 궁상’이란 말이 있다. 매우 가난한 행색을 보이거나 그런 행동을 보이는 구두쇠에게 붙는 말이다. 과도한 절약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이 말 앞에 ‘지구를 위한다’는 수식어구가 붙는다면 어떨까?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 저자의 행동에 독자들은 혀를 내두를 것이다. 샤워 전 따뜻한 물이 나오기 전의 물을 받아다가 가습기를 채우는 데 쓴다거나, 비누와 식초를 이용해 머리를 감는다거나 하는 일은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수도를 틀면 물이 바로 나오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각종 세안 제품들이 화려하게 마트 매대를 채우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미 잊힌 지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드러난 작가의 삶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다보면 꽤나 귀찮아보이기도 한다.


 세제 대신 소프넛 열매로 대신 세탁을 하고, 손쉬운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삶아 사용하려면 그만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효율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감히 짐작건대, 저자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계속되는 이상 기후 현상, 수도권 매립 시설의 포화 등 지구는 가용량을 이미 넘겼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다만 못 본 척하는 것 뿐이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용기 있게 직시한다.


 300쪽 가까이 계속되는 저자의 직언에 독자는 어쩌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2년째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윤리적 이유에서 시작된 지라 처음에는 비건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연결고리를 발견한 뒤로는 삶을 하나둘씩 바꾸어 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환경적 삶을 실천하고 있었을까하고 책을 읽으며 자문했다. 새로운 비건 가공식품이 나왔다는 이유로 필요치 않음에도 사들이기도 했고, 그렇게 무분별하게 남은 식재료들 중 일부는 먹지 않아 버렸다. 비건을 명분으로 비닐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지속했던 셈이다. 더 재수 없는 사실은, ‘내가 택한 먹거리는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내가 입에 넣는 먹거리는 무해하고 친환경적이라는 뿌듯함으로 가슴 속이 부풀고 코가 한껏 높아졌던 순간들’(174쪽)을 만끽했다는 사실이다. 표리부동했던 지난날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쓰레기와 고기를 줄이는 일은 궁상이 아니라, 필환경 시대의 ‘멋’이자 ‘힙’이자 ‘간지’라고(197쪽). 지구에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저자의 고군분투는 편리함으로 무장한 풍요와 낭비의 삶에 균열을 낸다. 균열은 죄책감을 낳는 동시에 새로운 눈을 트이게 한다.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 지향의 삶은 단순한 유행이나 선택지가 아니다. 필환경 시대의 당연한 매너이자 세계를 보는 렌즈다. 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식 방식은 독자들에게 잔잔히 번져나가 여러 명의 삶을 바꾸어나갈 것이다. 추후 독자들이 저자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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