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이야기>에서의 자연은 생명을 가진 실체로서 환상적 이야기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만물의 영장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동물들과 모두 한데 어우러져 갈등을 빚고 대립하고 끝내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자연이라는 무대의 동등한 등장인물들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과 진행, 의의의 결론에 당혹스러워할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표현이 눈에 띄고 갈등의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들이 나기 때문이다. 이솝우화의 인과응보, 해피엔딩식 결론을 기대한다면 넌센스다. 옛 이야기의 결론은 이러저러 해야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버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결론들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알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은 모두 등장한다. 앵무새, 거북이, 가오리, 호랑이, 뱀, 플라밍고…… 이들은 사람처럼 인격을 가지고 사고하고 행동한다. 더구나 멀리 라틴 아메리카의 밀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사뭇 이국적이고 환상적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색의 그림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특이하며 재미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번역자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인간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에 저절로 공감이 간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과 인간의 유대가 난폭하게 단절될 때의 끔찍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의 모든 것―100명의 작가, 100편의 작품
지난 해 공포 문학 대가들의 숨은 작품을 발굴함으로써 공포 문학의 새 지평을 연《세계 호러 걸작선》 1·2를 소개한 책세상에서 이번에는 100명의 작가들의 100편의 호러 단편 작품들을 선별한《세계 호러 단편 100선》을 출간했다.《세계 호러 단편 100선》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100편의 호러 소설이 수록된, 가히 호러 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 수록된 100편의 소설은 대부분 국내 초역으로 호러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 지평을 보다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호러 문학의 대표적 작가들뿐만 아니라 오노레 드 발자크, 안톤 체호프, 찰스 디킨스 등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호러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들은 호러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로 접점을 이루면서도 각기 독특한 차별성을 잃지 않는다. 이와 같이 정통 문학과 호러 문학을 아우르는 작가 선별은 문학성이 다소 떨어지고 단순한 흥미만을 만족시킨다고 평가절하되어온 장르 문학으로서의 호러 문학에 대한 기존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소개된 호러는 강렬한 핏빛의 처절함에서부터 차가운 섬뜩함, 뒤통수를 치는 반전, 공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머러스함까지 호러가 줄 수 있는 모든 빛깔의 공포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독자들은 100명의 작가가 펼쳐 보이는 흥미진진하고도 공포스러운 세계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문학의 거장들이 내뿜는 호러의 숨결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작가들의 면면이다. 오 헨리, 체호프, 발자크, 디킨스, 조지 고든 바이런, 토머스 하디, 너대니얼 호손, 잭 런던, 기 드 모파상,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의 이름에서 호러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작품에는 선혈이 낭자한 충격적 공포와 뱀파이어, 유령 등 호러의 전형적 창조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음울한 분위기와 일상에 숨겨진 낯설음과 의외성이 초래하는 공포, 평온한 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일상을 전복하는 반전이 수준 높은 문학적 수사로 묘사되어 있다.
현실과 환상, 일상과 비일상의 공존하는 호러의 세계
근대 단편 소설의 거장인 안톤 체호프의〈잠꾸러기〉에는 호러의 전형적 코드인 기괴함이나 환상성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도 인간의 순간적인 어두운 충동과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리얼리즘적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는 섬뜩한 반전을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의〈세 언덕 사이의 분지〉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암시적으로 들려준다. 이 작품은 자연스레 호손의 대표작《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와 오버랩된다.
사회주의적 공상소설《강철군화The Iron Heel》로 유명한 잭 런던은〈문페이스〉에서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심으로 인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다가 마지막에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데, 증오심과 범죄에 빠져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묘한 공감과 동일시를 불러일으킨다. 특유의 유머와 모험담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유령 이야기〉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작품 중반부까지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유지되다가, 뜻밖에도 갈 곳 없는 딱한 유령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처량 맞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령의 모습에 우리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고전 호러에서 현대 호러까지
흔히 고딕 소설은 고전 호러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기묘한 공간을 배회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하는 고딕 소설의 이미지는 초자연성을 부인하는 18세기 계몽과 이성의 시대에 반(反)하는 자유로운 상상과 억압된 잠재의식의 표출로 해석된다. 또한 고딕 소설의 공포는 질서와 안정에 가치를 둔 중산층 부르주아 계급의 잠재적인 불안을 자극하기도 했다.
E.T.A. 호프만은 독 일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고딕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자동인형〉에는 당시 그가 문학주의자들로부터 공격받은 빌미가 된 초자연적이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천착한 그의 문학적 세계가 그대로 펼쳐져 있다. 유령 소설의 대가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학교 이야기〉는 유령과 유령에 의한 복수라는 호러의 전형적인 서사구조와 종반으로 갈수록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와 같은 고전 호러는 19세기 말 이후《드라큘라Dracula》로 유명한 브램 스토커와 공포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러브크래프트를 거치면서 한층 발전한다. 브램 스토커의〈스쿼〉는 그야말로 몸서리쳐지는 전율과 선혈이 낭자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각인시킨다. 우리에게는《지킬 박사와 하이드씨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로 더 유명한, 2차 대전 이후 현대적 호러의 전범적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악령이 든 재닛〉은 악령에 사로잡힌 한 여인, 그로 인해 공포에 떠는 마을 주민의 모습을 모호한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공포, 호러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호러 문학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생산되며 그 힘을 증폭시켜왔다. 호러 문학에서 종종 페미니즘과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비판의 단초를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근거이다. 미국 여성운동의 주요 이론가인 샬럿 퍼킨스 길먼의〈커다란 등나무〉는 억압적인 가치 체계에 희생당한 여성의 영혼이 유령으로 나타난 이야기를 통해 페미니즘 문학으로서의 호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러브크래프트의〈아웃사이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로부터 차단된 한 인간의 모습을 치밀한 묘사를 통해 그리고 있는데, 이는 우리 시대 많은 소수자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익숙하던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보이지 않는 더 큰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순간, 평온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예감하는 순간 우리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인간의 진보된 지적 능력으로 인해 더 이상 미지의 예측 불가능한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현대에도 호러 문학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에 심화되는 개인의 소외와 불안은 호러의 비정상성과 대치되면서도 맞물리는데, 호러의 비정상성은 기존 질서로부터의 일탈과 자유를 형상화하며, 이는 현대인의 소외와 단절을 표현하고 그 이전의 근원적인 통합에 대한 희망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84. 깃털 베개 - 오라시오 키로가
에드거 앨런 포의 등장에 힘입은 근대적 환상문학의 출현과 20세기로의 전환기의 환상문학, 그리고 이 시기와 맞물린 대중적 환상문학의 출현 등 '환상'이라는 요소를 안고 있는 문학세계를 총정리한 책. '환상'이라는 요소를 단일한 장르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이성의 한계에 대한 상상적 체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디킨스, 모파상, 투르게네프, 카프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유명 작가들은 모두 고전적이든 현대적이든, 확고하든 주변적이든 간에, 일시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환상의 차원에 머물렀던 작가들이다. 이러한 환상의 차원은, 작중인물의 확신 체계와 그가 직면하게 되는 불가해한 사건들 사이를 가르는 간극의 크기에 따라 그 규모가 좌우된다. 이 간극은 미미할 수도 현저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간극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5. 양차 대전 사이
새로운 경향 그리고 새로운 장르 | 체스터턴, 길버트 키스 | 파레르, 클로드 | 도텔, 앙드레 | 사비니오, 알베르토 | 그린, 알렉산드르 | 키로가, 호라시오 | 그락, 쥘리앙 | 브리옹, 마르셀 | 슈나이더, 마르셀 | 에메, 마르셀 | 그린, 쥘리앙 | 파피니, 조반니 | 울프, 버지니아 | 드 라 마르, 월터 | 하비, 윌리엄 프라이어 | 야코비, 칼 | 블로흐, 로버트 | 잭슨, 셜리 | 불가코프, 미하일 | 톨스토이, 알렉시스 니콜라예비치 | 블릭센, 카렌 | 엘리아데, 미르체아 | 베리, 피에르 | 화이트헤드, 헨리 S. | 환상문학과 정신분석학 | 환상문학과 초현실주의 | 환상문학과 탐정소설 | 환상문학과 공상과학소설 | 환상미술
라틴아메리카의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아우른 3부작. 저자는 콜롬버스, 코르테스와 같은 신세계 정복자들의 총칼에 짓눌린 원주민들의 삶과 투쟁을 쫓아가고,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절규에 귀 기울인다. 독재자들의 억압 아래서도 희망을 포기 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생생한 삶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 수록된 이야기는 각자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잘 짜여진 인과관계의 역사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여러 사건의 집합으로서의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전달한다. 1천권이 넘는 방대한 참고문헌을 이용한 저자는 추상과 압축, 극화의 형식을 이용하여 긴장감 넘치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3권 <바람의 세기>는 20세기 벽두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를 짓눌렀던 군사독재정권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80년대 중반까지의 격변의 세월을 아우구스토 산디노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페론과 에비타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인물들과 인간의 수치의 세월이라고 말해지는 군사독재의 시대를 희망으로 버텨낸 수많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민중의 이름으로 이룬 개혁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요리한 사이비 혁명가들과 지역공동체들의 믿음인 공동의 선을 무참히 짓밟으며 성장한 풋내기 자본주의, 미주협력의 허울 아래 자행된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침략과 음모를 발가벗긴다.. - 1914년 산 이그나시오 : 키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