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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딤하르님의 서재
  • 드리머
  • 모래
  • 15,750원 (10%870)
  • 2025-02-20
  • : 989

몰락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서로에 대한 예의나 진심이 없고, 친구가 아니라고 말하기엔 그 관계가 꽤나 지저분하게 얽혀 깔끔하지 않다. 명우, 기철, 필립, 여정은 오랜 시간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왔지만, 그들의 모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네 사람 중에 과연 있기나 했을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네 사람 모두에게 결핍이 있다는 것. 그 결핍만이 그들의 묶어내는 유일한 공감대이자 알량한 친밀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발단은 명확하다. 여느 때처럼 필립의 옥탑방에서 의미 없는 만남을 갖던 중 우연히 명우의 눈에 든 검은 수첩. 낡아 보이는 검은 수첩을 펼쳐 본 순간 명우의 마음엔 새로운 욕망이 똬리를 튼다. 필립에게서 수첩을 빼앗아 자신이 가지고 싶다는 욕망. 그 수첩만 있으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 그 이상한 수첩 하나가 개인의 이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도 못한 채, 기이한 힘에 빠져든 네 사람을 서로를 배신하고, 질투하고, 저주하며 비인륜의 구렁텅이로 추락하고 만다.

제목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다. 마치 좋지 못한 꿈을 꾼 것처럼 찝찝하고 불쾌하며 끝내는 공허하다. 폭력과 파괴로 가득했던 명우의 행보와 욕망의 대가를 보고 나니 다른 감정들보다 어쩐지 허무함이 더 크게 몰려오는 것 같다. 뭐랄까, 긴박하게 달려가는 이야기는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리 깊은 여운을 주지는 못 했던 것 같다. 네 사람의 치열한 인생을 통한 삶의 의미도,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 믿음과 악도. 개인에게 닥친 고난과 성장을 통해 던지는 물음까지도.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작품이다. '가리교'라는 가상의 사이비 종교를 통해 맹목적인 믿음과 그릇된 욕망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폭력의 결과를 독특하게 그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스토리 전개가 빨라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불호가 갈릴 것 같은 소설이다.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난해한 느낌에 조금은 매력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니까. 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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