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색이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다채로운 삶의 빛깔을 가진 이야기라 제목이 <레인보우 내 인생>이 아닐까 하고 단순하게 추측했었는데, 젠더에 관한 청소년의 방황과 고민을 담아낸 소설이라는 걸 책장을 열어보고서야 알았다.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에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이야기고, 점진적으로 사회가 마주해야 할 문제이기에 어쩌면 옳은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두 엄마와 함께 사는 중학생 소녀 '이다'의 이야기다. 레즈비언 엄마들(난다 씨, 온다 씨)와 혈연관계가 아닌 동거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제도적 문제와 사회적 편견 등에 갈등하고 방황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가치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일상도 우리가 보내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들 가족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 차별, 억압 등의 문제에 회피하기보다는 설득하기를 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다의 친구들이 보여준 성숙한 태도 역시 무척 감명적으로 다가왔다.
정상가족의 범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애초에 '정상'가족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었다. 세상엔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는데 왜 꼭 동성 가족에 대한 시선만 그리 모진 걸까. 남성인 아빠, 여성인 엄마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성별을 따져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 전에 나는 그들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사랑과 공감, 유대를 먼저 보고 싶은 마음이다.
동성 부부에 대해서 또는 그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성소수자들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고 생각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다'의 이야기를 통해 혐오의 시선이 그들을 얼마나 상처받게 하고 주눅 들게 하는지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세상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색하고 낯설 수는 있지만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발걸음에 근사한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