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고,
더 먼 미래를, 더 많은 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보다 다음, 그 다음을 상상하게 되는 시간이 잦다.
하지만, 박명수가 ㅎㅎ 결혼은 늦게할수록 좋다고 했는데,
김어준 총수님이 결혼은 제도라고 했는데,
결혼생활이 스윗하고 즐겁지만은 않겠지. 알긴 아는데 말이야.
나는 그것들을 머리로는 알지만,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에 '좋은 말'로만 받아 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부쩍 결혼에 대한 상상을 자주하는 요즘. 나, 외로운 걸까? 아님, 안전해지고 싶은걸까?
안전? 결혼이 안전한 것일까. 내가 그에게 보호받을 수 있는게 결혼일까?
주말에 서점에 들렸다 고른 책.
표지를 보고, 연애 혹은 결혼의 환상에 관한 얘긴가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짙고 깊은 이야기들.
결혼 생활 좀 해본 '아줌마' 들이 풀어내는 진한 인생이야기였다.
엄마에게 주려고 사서 (엄마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는 것과 같기도 하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후륵. 내가 먼저 읽어 내려갔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왠걸. 결혼, 해야해 말아야해. 하는 물음표가 가득 마음에 찼다.
어제까지 고민했던 결혼에 대한 단꿈이 삽시간에 지워지는 순간!
대신 그 상상이 걱정으로 앞섰다. 아, 결혼이 그게 아니었구나. 결혼, 진짜 해야해?
그야말로 리얼결혼탐구생활 같은 느낌.
사연 하나하나가 치열하게 현실에 발붙이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다.
'당신도 힘들지? 나도 이렇게 살아.' 라며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느낌.
아이들 선물을 샀으면서, 내 추석 선물은 사지 않았다며 삐쳐서는 결국 짐을 싸고, 이혼 이야기까지 오간 부부.
인생에 전부였던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아이와 아내를 남겨두고 떠난 이야기.
시댁이 싫어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여자들의 수다. 일도 잘하고 좋은 엄마도 되고 싶어 무리를 하다,
어린 아들이 '엄마 너무 오바하는 거 아냐?' 라고 내뱉는 바람에 들어 누운 슈퍼맘 엄마.
미워하던 시어머니지만 그 속에서 친정엄마를 발견하는 우리네 엄마들. 수많은 사연들이 펼쳐졌다.
내 맘 같지 않은 남편도, 아이도, 시댁도 어떻게 토닥거리며 지금껏 살아왔는지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약간의 연민과 애정이 담긴. 그리고 책을 읽으며,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막내 며느리지만 10년 넘게 시어머니를 모시고도 수고한다,며 좋은 소리 한 번 못들은 엄마,
아빠 사업이 쓰러져 세상물정 모르던 엄마가 사회로 나와야 했던 순간,
다혈질인 아빠 덕에 혼자 눈물을 삼켜야했던 시간들.
모르는 척해도 딸인 나는 그 시간들을 보고, 들어왔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여려보여도 누구보다 강한 우리 엄마.
이 책을 읽는데, 이만큼 다양한 사건들을 겪고 겪어 지금도 가정 안에서, 우리 곁에서
웃고 있는 당신이 너무 고마웠다.
또 버릇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세월을 잘 견딘 엄마가 같은 여자로서 대견했다.
이젠 주름이 지고 머리가 희끗하지만 아직도 예쁜 우리 엄마.
식사를 하면서 내가 엄마에게, '엄마 엄마는 머리 손질을 안해도 어쩜 머리가 이렇게 예뻐.
내가 좋아하는 밍키 머리 같애.' 하면 엄마는 흐흐 웃으며
'이쁘나. 니 아빠는 생전 그런 소리도 없다. 그런 얘기는 아빠한테도 해드려라.'
하시며 옆에 앉으신 아빠를 슬쩍 흘겨 보신다.
아빠 때문에 속상해하시면, 내가 대신 투덜거리며 아빠 흉을 보면, 조용히
'그래도 나는 느그 아빠가 가엽다.' 하시며 보던 TV만 물끄러미 보시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에게서 사랑을, 부부를, 삶을 배운다.

이 책은 그런 '우리 엄마' 수십명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살고 있다> 이 책이 우리 엄마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엄마에게 위안과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제목으로 샐쭉해진 아빠를 달래는, 그 긴 세월을 부부라는 이름으로 엄마와 함께 사는
모든 아빠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아직 결혼에 대해, 삶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선물하는 위로 같은 책.
엄마는 제목을 읽고는 흐흐 웃으셨다.
사랑해 엄마. 나는 책을 내밀며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건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한평생 살아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책 띠지에 쓰인 저 카피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
왠지, '결혼을 해야할까'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다.
그래, 나는 다시 한번 꿈을 꿀래! 어리석을지라도.ㅎㅎ
한 이불 덮고 사는 이를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러고 싶은, 사랑스러운 당신들께도 이 책을 권한다.
엄마가 이 책을 읽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무지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