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미움이라고 부를 수도,
종국엔 증오라고까지 부를 수도 있을 그 시간들을."
"진실을...... 알아내. 이 모든 일을………… 되돌려"
"그게 무슨 소리야?"- P14
"떠나야 해...... 할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거듭 물었지만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손을 맞잡은 엄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P19
하나는 커다란 쓰레기봉투에다 잡다한 물건들을 담기 시작했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온갖 잡동사니를 마구잡이로 때려 넣으며 하나는 삶의 남은 조각들을 하나도 버릴 수 없었던 인간의 안간힘을 떠올렸다.- P23
그늘진 과거를 햇빛 아래로 끌어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엄마의 죽음도, 자신의 삶도 끝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P47
어머니는 가끔 나를 치마폭에 안고 귓속말로 ‘내가지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하시곤 했지요. 그 말이 듣기 좋아 몇 번이고 다시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P64
어머니의 유서를 발견한 것은 고용인 김순애 씨였습니다. 어머니가 자매처럼 아끼며 곁에 두었던 사람이하지만 그런 그도 아버지와 내연 관계였습니다. 이모든 사실을 알고도 저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삶이 그런 숱한 배신과 절망으로 뒤덮여 있다는 걸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요, 누구보다도 잘 알았지요.- P77
"하나야, 너희 엄마는 평생 동안 너를 지키고 싶어 했어."
"무엇으로부터요?"
"진실로부터 칼보다도 날카롭고 얼음보다도 차가운 어떤실체로부터."- P97
이곳에서 마주한 진실은 하나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아니, 그 이하라고 말해야 할지도. 너무 진부해서, 너무 비루해서 잔혹하기 짝이 없는 진실이었다.-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