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소파 쿠션 틈새에 들어간 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고, 괜한 생각하지 말고 차를 돌려 집으로 가라는 말로 딸을달랬다. 그날 밤 영실은 결심했다. 돈을 한곳에 모아야겠다고.- P166
할머니가 외로움과 고독의 냄새를 풍기며 자식들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 자체가 현진의 마음에 어느정도 위안을 주었다. 본받을 만한 부모는 없어도 우아하고 강인한 할머니가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떠올리면 세상을 강단 있게 살아갈 용기가 조금 생기곤 했다.- P168
현진은 기습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거기까지는 미처상상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동시에 왜 그런 부분까지 함부로누설하는지,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전신을 강타했다. 요양보호사에겐 아주 사소하고 별스럽지 않은 사실일 수도 있었지만 할머니의 집에서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의 목록이 오래도록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P173
어머니에게 모성이라는 게 있을까. 그것은 자신이 짐작하는것보다 더 얄팍한 감정임이 분명하다고 윤미는 생각했다.- P180
그 말에 감동했던 자신이 이제는 바보 같았다. 돈을 건네받은 후에 어머니가 이전보다 더 편하게 자신을 부린 것 같다는느낌이 드는 건 과한 피해의식이겠지. 윤미는 어머니의 의도를 곡해하지 않으려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야만 했다.- P181
윤미는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았다. 그러면서도 충동을 못 이기고 여러 사고를 저질러 영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일을 쳐놓고 쭈뼛쭈뼛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윤미를볼 때면, 한없이 낙담이 되고 망연해졌다. 영실은 윤미를 위해끝없이 인내하고 정신을 다잡았다. 홀씨처럼 가볍고 희끄무레한 영혼이 손이 닿지 않는 아득한 곳으로 건너갈까봐 돌을 눌러두듯 잠든 윤미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올려둔 적도 있었다.-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