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 올 수 있냐.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을 때 영지는일이 많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핑계는 아니었다.- P9
"알아. 내가 그걸 모르겠어? 연봉 협상 시즌 두 달도 안 남았잖아. 오히려 영지씨한테는 잘된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정 힘들면 내년 초에 계약직 한 명 뽑아줄게. 그때까지만 고생해주라."- P11
생각해보면 그때 그냥 넘기지 말고 이유를 캐물었어야 했다.
아버지는 특별한 이유 없이 딸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 P11
"어제 용돈 보냈더라? 느그 아빠한테도 말했어? 이거 우리둘 비밀이가. 고맙다, 우리 딸. 아침 챙겨 먹고, 쉬엄쉬엄 일해라. 느그 아빠는 뭐 놀러갔겠지. 언제 얘기하고 나가는 거 봤냐? 지겨워 죽겠다."- P13
돌아갈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명절이 되면 댐 앞에 모여 함께 망향제를 지낸다고 했다. 영지는 잃어버린 고향땅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 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영혼의 거처를잃어버린 사람들의 비통함과 해방감을 누리는 이의 격정은 쉽게 구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P17
"조금 잘렸다."
"뭐가?"
"발가락이."- P21
"산에 갔다가, 눈앞에 있길래 따왔지. 진짜 송이인가 싶었는데 정말이더라고. 운이 좋았지."
"주인 있는 산에서 따온거네. 훔친 거잖아, 그럼."- P35
영지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여자는 해맑은 얼굴로 영지를 마주보았다. 또 저 얼굴이다. 영지가 두려워하는 한서 사람의 얼굴, 천진하고 악의 없는 표정.- P49
그 돈으로 영지는 얼마나 위안을 얻었던가.-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