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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다섯 살 생일날 아침, 안나는 아파트 오층 창가에 앉아버스 정류장이 있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혼자 커피를 마시고있다.- P9
가족이 없고 경제활동도 끝났고 빚도 없고 만날 사람도 만들지 않는 안나에게 어떤 삶이 남아 있을까. 그것은 평생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에 잠을 자며 어쩌다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는 간식 캔밖에 없는 늙은 고양이에게 왜 사는지 묻는 것처럼 세속적이고 무지한 질문이 아닐수 없다.- P13
나쁜 결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지금 화분은 마치 집열판처럼 안나의 아침 풍경에 온기를 입히고 있다. 그 정도의 무위와 단조로움이면 자신에게 충분한 생일 아침이라고안나는 생각한다. 보정- P15
안나와 경선이 만난 곳은 약속했던 파스타 식당이 아니다.
병원 대기실이다.- P27
자주 만나지 않는 사이에서는 변화가 압축된 형태로 눈에띈다. 매일 보는 자신의 얼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시간의 흐름을 한꺼번에 실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안나는 자신에게는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늙음이 왠지 모르게 경선에게는 뜻밖이고 또 어느 정도 부당한 느낌마저 든다.- P29
"그 이산가족은 옷을 벗어야만 찾을 수 있는 거니?"
"간병인 앞에서도 벗는데 가족한테 왜 못하겠어."- P48
다은은 옆 의자 위에 올려놓았던 종이 쇼핑백 두 개 중 하나를 안나에게 건넸다. 다니엘의 하룻밤 외박을 위한 물건들일것이다. 초밥집 상호가 찍힌 다른 쇼핑백은 경선을 위한 것이분명했다. 경선이 점심과 비슷한 식단으로 저녁까지 먹고 난뒤 솔직히 남이 차려준 밥 항목에 병원 밥을 끼워주기는 뭔가아쉽다고 뒷말을 하더니 어느새 다은에게 문자를 보낸 모양이었다.- P49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 무의 세계에 동행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태어남과 함께 몸에 새겨진생존의 본능이 있듯이, 필멸자로서 죽음에 연착륙하는 본능의장치가 인간에게 내장돼 있는 건 아닐까. 어디에서 그걸 찾아야 하는 걸까.-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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