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빈티지 엽서를 모으는 취미가 있대요. 그분 말이에요. 외국 사람들은 누가 누구한테 썼는지도 모를 엽서들을 사고팔고 하거든요. 저도 외국 갔을 때 본 적은 있는데 사고 싶은 마음은 안생기더라고요. 괜히 께름칙하기도 하고.- P170
모른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힘껏추측했고 유추했고 상상력을 발휘했다.- P175
그는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그녀를 바라보진 않았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모서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알게 될지도 모를 어떤 감정들이 그의 얼굴을, 표정을 낯설게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말 뒤편의 말들, 그러니까 그가 질문 뒤에 감추고 있는 진짜 질문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P177
그러곤 엽서를 내려다보며 문장을 읽었다. 아니, 읽는 척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P180
소설 쓰는 일은 내 삶과 타인의 삶 사이에 반투명한 종이를 겹쳐놓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타인의 삶은 내가 모르는 것이어서 힘껏 상상해야 겨우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속엔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었던 삶, 한때갈망했던 삶과 단 한 번도 그려보지 못했던 삶이 모두 있다.-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