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에게 여행이란 낯선 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다른 고장에는 다른 물이 있단다. 낯선 풍경은 두려워해야할 필요가 없지만 낯선 물은 위험할 수 있지.- P10
경계 자체가 물로 되어 있다면, 낯선 물이 시작되는 지점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일까?- P11
내 주위에서 나지막하게 속삭이던 목소리들이서로 겹치면서 커져갔다. 배 위에서는 모두가 소박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마치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누구인지잊어버린다는 듯이 말이다.- P13
모스크바는 나에게는 결코 도착할 수 없는 도시였다. 내가 세 살이었을 때 모스크바 예술 극단이 처음으로 도쿄에 와 공연을 했다. 우리 부모님은 체호프의 <세자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 한 달치 월급의 절반을 썼다.- P21
열차 승무원은 삼 년전 밤에 열차 문을 화장실 문으로 착각하고 열었다가 기차에서 떨어진 어떤 할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형제는 특별비자를 얻어서 지역 열차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P25
나의 지구는 낯선 고장들이 폭죽처럼 번쩍거리는 밤하늘 같았을 것이다. 확실히 둥글지는 않았다.- P29
아이가 화덕에 눕혀졌을 때 아이의 심장에서 불꽃이 나와서, 마치 불새가 마을에 내려앉은 것처럼 마을전체가 환해졌다. 불꽃 속에서 불의 여신이 보였다. 여신은 아이를 두 손으로 안고, 함께 빛 속 깊숙이 사라졌다.- P35
나는 깨달았다. 내가 유럽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P37
그 여자와 연필 사이에 있던, 나에게 낯설어 보인 관계의 바탕에 놓여 있던 것은 바로 독일어였다. 독일어로 말을 할 때 연필은 그 여자에게 대들 가능성을 품고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연필을 다시 자신의 통제하에두기 위해 연필에 대고 욕을 퍼부을 수 있었다. 연필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묵묵히 견뎌야 했던 반면 여자는 연필에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여자가 가진 권력을보여준다.- P43
나는 나에게 언어를 선물해준, 독일어로 여성 명사인 타자기를 말엄마라고 부른다. 사실 이 타자기로는 타자기 안과 그 몸 위에 지니고 있는 부호들만 쓸 수 있었다.- P46
누구에게나 태어날 때 고유한 원본 텍스트가 주어진다는 기본 생각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이 원본 텍스트가 보존되는 장소를 영혼이라고 부른다.-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