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긴 노후에 돈이 어느 정도 있었으면 좋겠어?- P157
-당신들이 첫 세대가 아니라 ‘부모보다 못살거나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은 늘 있었어요. 지금도 있고.- P159
지수네 집에 가기 전 기태는 편의점에서 레드와인 한 병과콘돔을 샀다. 그러곤 위생용품 진열대 주위를 서성이다 요샌편의점에서 이런 것도 다 파네?‘ 하고 병따개 모양의 플라스틱혀클리너를 하나 집어들었다.- P163
-자기야, 근데 나이드니 마음이 넓어지는 대신 얇아져서쉽게 찢어지더라.- P163
그런데도 수천 픽셀 위를 단숨에 미끄러지는 손끝 감각이 대책 없이 편안해 기태는 남의 삶을 자꾸 넋 놓고 바라봤다.- P167
눈빛이 아주 라스푸틴 같고 자뻑 캐릭터네!- P171
람 같았다. 그러나 보다 인상적인 건 차대표의 안색과 표정이었다. 그건 기태가 거래처의 고위 간부나 임원을 접대하며 종좀 봐온 낯빛이었다. 오랜 시간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한 이들이뿜는 특유의 기운이 있었다. 단순히 재료뿐 아니라 그 사람이먹는 방식, 먹는 속도 등이 만들어낸 순수한 선과 빛, 분위기가 있었다. 편안한 음식을 취한 편안한 내장들이 자아내는 표정이랄까.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찰나가 쌓인, 작은 쾌락이 축적된 얼굴이랄까.- P176
기태는 그걸 자기 혼자 ‘내장의 관상‘
이라 불렀다. 음식의 원재료가 품은 바람의 기억, 햇빛의 감도와 함께 대장 속 섬모들이 꿈꾸듯 출렁일 때 그 평화와 소화의시간이 졸아든 게 바로 ‘내장의 관상‘이었다.- P179
-참, 요새 요가는 어때요? 배울 만해요?
요가라는 말에 기태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세웠다. 차대표는 뭔가 고민하는 듯 살짝 뜸을 들이다 이내 활짝 웃으며답했다.
-음...... 요새 슬슬 지겨워지네?- P185
-오늘 만날까?
기태가 용기 내 반말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성적 기류가흐를 때 기태가 꺼내드는 카드였다. 이번에도 바로 ‘읽음‘ 표시가 떴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기태는 여느 때처럼 목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그게 식도염 탓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식도 위로 또 정체불명의 뜨거운 덩어리가 역류해 가까스로 삼켰는데, 그 덩어리에서 어느 짐승의 내장 맛이 났다.-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