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매일 똑같은 음식만 먹었다. 참치김치볶음밥. 아버지는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매일 참치김치볶음밥만 했다.- P9
꾸벅꾸벅. 성규도 졸고 있었다. 그래, 해준다, 가출. 나는 졸고 있는 성규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P17
할머니는 딸의 이름을 잊고 아들의 이름을 잊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도 잊었지만,
꽃의 이름만은 잊지 않았다.- P25
. "먹느라고 애쓰네." 성규가 말했다.
"너도 먹느라고 애써." 내가 대꾸했다. 나는 국에 밥을 말았다. 성규가 주방을 향해 깍두기를 더 달라고 말했다.- P36
어떤 날은 화 풀어요. 어떤 날은 고마워요. "라솔미미. 미안해요. 라솔미미. 미안해요." 그렇게 말하고 아빠가 다시한번 휘파람을 불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P41
"장난감들을 자세히 보세요.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P57
"아이고아이고." 할머니는 시계를 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큰아들이 첫 월급을 탔을 때 사준 거라고 했다. "우리 손주 줘야겠어. 아빠의 유품이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P63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매일 스트레칭을 하신다.
하루도 안 빠지고."- P73
"그럼 오늘은 마라톤 시합 도중 설사가 나올 것 같으면어떻게 할 건지 얘기해볼까? 화장실에 가려면 왔던 길을한참 되돌아가야 해."- P75
동생이 웃었다. 동생이 또 선우에게 무어라 말을 했다. 그말에 선우가 웃었다. 동생과 수다를 떠는 선우를 보면서나는 생각했다. 다행이다. 동생이 있어 다행이다.- P77
나는 아빠한테 돈을 받았다는 말을 이모한테는 하지 않았다. 이모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러 가는 건데당연히 이모 돈만 쓰게 해야지.- P84
아저씨가 꽃무늬 바지 네벌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아저씨에게 비닐봉지를 건네받으며 나는 생각했다. 한여름이되면 아빠랑 엄마랑 똑같은 꽃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 수박을 먹어야지,라고.- P101
. "걔 어렸을 때 생각나서. 한번은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 하고 말했거든. 그랬더니 막 우는거야. 너무나 서럽게. 내가 왜 우냐고 물었더니 글쎄" 글쎄,까지 말하고 나서 엄마는 소주를 연이어 두잔이나 마셨다. "자기는 눈에 들어가기엔 너무 크다고. 그래서 울었대. 그게 갑자기 생각나네." 엄마의 말에 이모도 웃었다.-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