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이 고개 숙인 신오를 힐끗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P215
. 신오는 그 안으로 끌려들어갈여다보았다. 신오는 이 여자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들었다. 신오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P217
다른 것, 다른 것을 발견해야 한다. 반짝이지 않는 것. 금과 정반대에 있는 것. 뼈가 떠올랐다. 우르르 쏟아지는 뼈들. 샤워를 끝내고 급히 파일을 다시 열어서 우선 마지막 장면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P209
L불행과 불안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할까?- P221
「원경」은 인물들 간의 배제적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불안을 새정의한다. 이때의 불안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듯 억압된 욕망의귀환이나 과거의 나쁜 기억이 현재로 침투하는 일 등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소설에 따르면 불안은 아직 실재하지 않는 미래의가능태들이 현실을 지배할 때 주체가 느끼는 하나의 상태다. 「원경」에서 그것을 추동하는 가장 큰 힘은 인물의 말과 상상력이다.- P227
). 불안과 위기에 맞서는 그녀들의 방법론은 가능태가 현실태를 압도하는 신오의 방법론과는 정반대로,
현실태로부터 가능태를 생성해나가는 쪽을 향해 있다.-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