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내겐 백지가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고, 그 벽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스스로를 자주 목격하곤 한다.- P177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곳곳을 누비며 낯익은 작가들의 책을 뽑아든다. 제시와 셀린느를 추억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그중 심혈을 기울여 한 권을 고른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이다.- P148
하루는 시내 근처에 페소아가 살았던 집을 개조해 기념관으로 만든 곳, Casa Fernando Pessoa)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그곳을 찾았다. 일층에는 매표소와 작은 기념품숍이, 이층에는페소아의 방을 재현해놓은 공간과 도서관이, 그 위층으로는 시청각 자료를 볼 수 있는 미디어실과 공연장이 자리해 있었다- P123
오, 로르카! 눈부셨던 날들을 떠나보내며 다시 한번 당신의이름을 부른다.- P159
어쩌면 여행은 ‘지금 이 순간의 이름들‘로 한 권의 사전을 편찬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펼치면, 색색의 기억들이 상연되는 극장.-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