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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eil

이 책의 표지로도 꾸려진 어머니의 여행 가방에는 아직도빨간 크리스마스 리본이 달려 있다. 평범한 캐리어이지만 그걸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 미소가 나온다. 어머니가 어딘가에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쓰신 게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것치고 어머니는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기에.- P4
어머니는 여행을 하며 많은 글을 쓰셨지만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은 여행이 더 많았다. 그 여행은 참으로 헐렁했고 망연히 바라보기만 했을 것이고 다만 여행자가 되어 목적 없는 휴식을 했으리라.- P6
그건 어머니의 글 속에도 나오지 않은,
내 기억 속 보물로 간직하고 있기에.- P7
최고 권력자하고도 평등하되 누구한테도 겸손할 수 있는 자존심의 폭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런 정신의 호강이 또 어디 있겠는가.- P28
그러나 꿈을 꾸기 위해선 먼저 감정이 독자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꿈처럼 독창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P31
이렇게 맛있는 뱀장어만 취했다고 해서 그때 우리집이 특별한 미식가 집안이거나 부자여서 딴 고기가 흔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어디서 간고등어 한 손만 생겨도 매우 귀하게 여겨어른들 상에나 올리고 새우젓도 ‘기‘라 부를 정도로 육식에굶주렸었다.- P35
밑도 끝도 없는 한마디 말이 방금 낚아올린 붕어처럼 싱싱하고 기운차게 비늘을 번득일 적도 있지만 제법 긴 사연이 그물에 걸린 한 떼의 어군처럼 흡족하게 요동을 칠 적도 있다.- P39
대부분의 내 소설은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음에서 비롯된것들이다.- P44
걱정이란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궁리할 때 생기는 법이다. 이게 저의 전부입니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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