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한계 상황들을 돌파할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한 미국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불안정한 유학생 신분으로 마주하는 궁핍한 생활은 사람을 자꾸 비겁한 죄인으로 만든다.- P296
사실 비겁함은 어느 순간부터 화제의 감정에서 배제되어왔다. 정체도 전체도 알 수 없는 거대한 도시에서 타인에게 결정권이 있는 취약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비겁하지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누구나 다 비겁하기 때문에 누구도타인의 비겁함을 문제 삼지 않고, 그러느라 자신의 비겁함마저 무시해버린 것이다.- P297
그림자조차 되지 못한 ‘사소한‘ 절망들은 평범한 슬픔이자 보통의 슬픔처럼 생겼다. 무심코 보면 온전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낱낱이 부서져 있다.- P297
갈등의 패턴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집단에 소속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지만 그 모든 시간이 자신의 성장을 담보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이들은 여전히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위도 아래도 아닌 상태로 공회전을 반복한다. 성장점이 부재한 채로 성장의 가면을 쓰고 가던 길을 계속 가야한다.- P298
현이야말로 소설을 쓴 것이다. 자신에대해 자신이 쓴 즉석 소설이자 스스로도 그 의도를 알 수없는 자전소설. 그러나 즉석에서 쓴 것이기에 그 허구 속에는 진실된 서사가 있다. 그가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그가 살고 있지 못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P300
규정되지 않은 타인과 만날 때 자신의 심층과도 만날수 있다.- P307
도피한 뒤 정착할곳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피처가 되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P311
좋은 이웃이야말로 도시의 피난처이자 정착지다. 도피한 뒤 정착할곳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피처가 되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