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동료들과 작은 책을 쓰고 싶었다. 신연선 작가, 김동신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더니 흔쾌히 맞잡아주었다. 세 사람 모두 10년차에서 20년차를 향해 가고 있는 업계의 허리 세대에 속한다. 꾸준히 걸어왔지만 남은 길도 많은 상태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이야기를, 그다지 무겁지 않게 해보고 싶었다. 하필 책을 지나치게사랑하여, 직업으로 삼게 된 이들의 여전한 애정과 가끔 찾아오는 머뭇거림에 대해서 드문드문 나누는 말들을 담아보았다. 분석이라기보다는 빠른 미디어의 시대에 가장 느린 미디어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표면에 천천히 떠오른 질문들을 모은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 말들은 출판계 안쪽을 향하기도, 바깥쪽을 향하기도 한다.- P7
"내가 너 때문에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 무슨 추천사를 그렇게 많이 쓰니? 서점에 가서 이 책을 뒤집어도네 추천사, 저 책을 뒤집어도 네 추천사더라."- P11
이런 몰림 현상은 추천사를 쓰는 이들 자체가 워낙적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책에 대해말하는 게, 또 그것이 그 책의 표지나 띠지에 남는게 버거울 수 있다. 책을 오래 꼭꼭 씹어서 읽는 사람, 짧은 글을 압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에겐 더욱 무거운 일일 것이다.- P13
기후 위기의 시대에 증정의 규모가 대폭 줄어도 좋지 않을까? 따뜻한 마음을 담은 일들도 줄여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 슬프긴 해도.- P19
각 출판사 마케팅 부와 서점의 굿즈 담당자 분들이은은하게 원망하고 계실 듯하다. 경쟁이 심한 시장인데자꾸 저자가 ‘하지 맙시다‘ 하고 김을 빼는 게 곱게 느껴질리 없다. 책은 저자의 것만이 아니고 마케팅과 홍보는 저자의 영역이 아니니 월권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기껏 인쇄 방식을 바꾸고 나서 굿즈를 왕창 생산하면 일관성도 노력한 소용도 없어져 늘 팽팽한 상황을 만들고 만다.-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