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짧다고 볼 수만은 없는 독서 이력을 들춰보았을 때, 좋은 문학작품에는, 특히 소설에는 두 부류가 있다. 바로 태어나는 소설과 아주 잘 만들어진 소설이 그것이다. 물론 태어나는 소설과 잘 만들어진 소설이 칼로 무자르듯이 뚝 분류되는 건 아닐 게다. 태어나는 소설도 태어난 이후 잘 만들어지고 닦여야 빛이 날 터이고, 만들어진 소설도 어느 정도는 바로 그 작가만의 텃밭에서 태어나야 할 것이니까. 어찌보면 모든 소설은 태어나서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기 이전에 태어나는 것이기에 그런 소설 분류법이 무망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소설, 울림을 주는 소설은 대체로 잘 만들어지기보다 태어나는 쪽인 것 같다.바로 그런 기준에 잘 부합한 작품이 <노래는 누가 듣는가>였다.
신인작가의 작품이라 망설일 수밖에 없음에도 책을 집어들자마자 곧바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이 작품만의 울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런 물음에 오래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이 소설이 혀나, 손, 머리로 쓴 소설이 아니라 가슴으로 쓴 소설이어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이야기나 엄청난 반전, 혹은 기발한 아이디어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건 아니지만 시종일관 이야기가 웃기고 울리면서 묘한 페이소스를 자아내게 한다.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나는 바로 문장을 꼽겠다. 읽다가 세어보니 서너 줄은 기본이고 어떤 것은 열줄 열한 줄 문장이 만연체로 길게 이어진다. 요즘 누가 이런 만연체를 쓰나. 그럼에도 그 문체가 리드미컬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이건 작가만의 자존심이거나 작가적 고집이 없다면 결코 쉽게 시도할 수 없는 뚝심이리라. 오랜만에 자기만의 미학으로 승부를 보는 이야기를 만나 반가웠던 한 편의 독서였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