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문제적 상황에서 아픔을 겪고 있다.
노쇠하고 병약하여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거나(<동남풍>),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 망각의 길을 택하고(<플라잉 피그>), 삶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나머지 그릇된 선택을 하며(<바다로 간 솟대>), 오직 정의를 지키고자 자신의 안위와 가족의 미래를 포기하고(<물침첩>),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점점 더 그악한 길을 택하기에 이른다(<해와 달이 되다>).
거짓말 같은 이 이야기들은 결코 지어낸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작품을 읽어가며 독자는 자주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다행히도 그들은 현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만의 도구를 갖고 있다.
펜비트를 치며 소통을 시도하고(<외계인은 펜비트로 말한다>), 기괴한 코스프레와 SNS를 통해 진실을 고백하며(<점>), 학원까지 다녀 익힌 거짓말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써 살아남기에 힘쓴다(<로키의 거짓말>).
자살하려고 구입한 연탄화덕을 들고 뛰다가 마침내는 피켓을 들고 시위대에 섞여드는 모습은, 세상과 삶을 향한 긍정의 몸부림이 아닐는지(<물침첩>).
어쩌면 작가는 아홉 편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게 아닐까. 당신의 삶은 안녕하시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