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찍이 이런 동화가 있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저). 100만 년이나 죽지 않고 100만 번이나 죽고 산 고양이가 자신보다 다른 이를 더 사랑해서 그 삶을 멈췄다. 일찍이 사랑은 영생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걸까.
이 책도 그와 결이 같다.
100년이 지나면(이스이 무쓰미, 아베 히로시 저, 엄혜숙 옮김)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자의 왕이 있었다. 만물의 왕이다. 그러나 혼자다. 만물의 왕도 고독은 어쩔 수 없었는 것이다. 사자는 모든 것을 먹었다. 풀도 벌레도. 제 속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 거식과 폭식을 반복해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마음의 고독을 잊으려 아무리 잠을 자고 또 자지 않아도 고독은 잊히지 않는다.
그런 사자의 고독을 달래준건 제 한 치 손가락만한 새 한 마리다. 새는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망가지 않을 테니 자신을 먹으라 한다.
모든 것을 먹어대던 사자는 새를 먹지 않는다. 오히려 저를 먹으라는데도 먹지 않는다. 사자가 원한 것은 한 치의 고기가 아닌 말하는 존재였다. 새는 사자와 함께 살았다. 햇빛을 받고 노래를 불렀다. 만물의 왕으로 살던 명예도 모든 것을 먹던 재산도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던 향락도 치유하지 못한 고독을 치유한건 한 치의 새였다.
불교 전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옛날 옛적에 한 뱀이 태어났다. 그 뱀은 자기가 태어난 껍질을 다 먹고 영양분을 보충했다. 그리고 엄마 뱀이 아기 뱀을 위해 쥐와 작은 동물들을 잡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뱀은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생물을 죽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뱀은 굶어 죽었다.
어렸을 적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걸 말하고자 한다는건 알 수 있었다. 나 보다 남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인 걸까. 새는 무엇을 위해서인지 사자에게 자신을 먹으라 한다. 그리고 사자는 먹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사자는 이를 통해 치유받았음에 틀림없다. 새가 세상을 떠난 후 사자도 떠났으니까.
사자는 조개, 할머니, 물고기, 하얀 분필, 북쪽 나라의 아기 다람쥐로 살았다.
새는 작은 파도, 빨간 개양귀비, 어부, 칠판, 아기 다람쥐 위에 처음 내렸던 눈송이로 살았다.
100년이란 세월은 100년보다 영원을 뜻한다. 그 수 많은 세월동안 둘은 서로에게 양자적 관계였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며 변모하는 관계. 무엇으로 변할지 알 수 없으나 늘 함께였던 관계.
정민아는 ‘무엇이 되어’라는 노래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난 이대로 그대와 나 사이에 이별 안에 있네 무엇이 되어 만날까 어찌 이별할까’
https://www.youtube.com/watch?v=eA2WhHHdDg0
동화는 사자와 새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되어 만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들은 100만 번 산 고양이처럼 멈추게 될까, 아니면 또 다시 100년의 기다림을 반복할 것인가. 알 수 없다. 우리도 어느 시점에서는 사자이고 어느 시점에서는 새 일 것이다. 새는 왜 사자를 사랑했을까. 새는 어째서 사자에게 선뜻 자신을 먹으라 말 하였던 것일까. 모든 것을 가진 사자에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새가 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 동화에서 새의 관점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둘은 동등했으며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어느 것도 다 가졌음에도 서로 주고 받음이 있었다는 거다. 필자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삶은 가지고 가지지 않은 것으로 나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가진 것으로 치자면 이미 행복하고도 남았을 삶이지만 그렇지 않았으니. 그러나 다들 ‘무언가’를 통해 자신을 채우고 고통을 잊으려 한다. 그리고 실패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 허기와 고통은 ‘누군가’를 통해 치유받을 수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함께 살아간다. 자신이 사자가 되고 또 누군가의 새가 되면서. 어쩌면 필연적이고 우연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생각한다. 이미 이 삶에서 100년의 기다림과 만남, 이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겉 멋만 들어 잔뜩 무게잡은 글인거 같기도 하지만, 이 동화를 보고 느낀 점을 솔직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