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어린 모모는 거침없이 물었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사랑이라… 그래,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늘 사랑 속에서 살아왔나? 앞으로도 그럴까? 그래야 하는 걸까? 아무도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래서 써야만 했다는 남미영 작가의 책, ≪사랑의 역사≫를 펼쳐야 할 이유다.
평생을 책과 함께 독서학자로써 길을 걸어왔던 이답게, 글쓴이는 사랑에 답하기 위해 34편의 특별한 사랑의 책을 가지고 온다. 1597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2012년 <사랑의 기초:연인들>에 이르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속에 담긴 사랑의 의미를 찬찬히 설명한다. 찬란한 작품 속에 담긴 여러 빛깔의 사랑들.
사랑의 문을 두드리다. ‘part 1 첫사랑’에서는 6편의 작품을 만난다. 황순원의《소나기》,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첫사랑》, 박완서의《그 남자네 집》, 베르코르의《바다의 침묵》, 트레이시 슈발리에의《진주 귀고리 소녀》, 그리고 마지막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 우리는 아팠지만 싱싱했던 첫사랑의 배를 타고 어른의 나라로 들어온 것이다.
사랑의 주인이 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part 2 사랑과 열정’에서는 불타오르는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서 마리오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실제로 불타올랐던 에스페란사. 수많은 젊은이들을 자살로 이끌었던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빠질 수는 없을 테다. 신경숙의《풍금이 있던 자리》,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오만과 편견》를 지나, 1892년 ‘향기로운 봄’이란 제목으로 프랑스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던 우리의 고전《춘향전》까지.
뜨거운 사랑 다음엔 영원한 행복일까? 글쓴이는 ‘part 3 사랑과 성장’으로 사랑의 깊은 의미를 탐구해 본다. 사랑을,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던 스콧 펙의 정의도 있지 않은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연인》,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위대한 개츠비》, 샬럿 브론테의《제인 에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닥터 지바고》,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카렌 블릭센의《아웃 오브 아프리카》. 빛나는 작품 속에 반짝이는 글쓴이의 해설이 고맙다.
사랑에는 이별도 있는 법. 어긋난 너와 내가 실패한 사랑일지 궁금한 이들은 글쓴이가 추천하는 part 4의 다음 작품들을 찬찬히 읽어봄 직하다. 알랭 드 보통의《우리는 사랑일까》, 정이현의《사랑의 기초: 연인들》, 프랑수아즈 사강의《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안나 가발다의《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윌리엄 서머싯 몸의《인생의 베일》,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러한 사랑은 각자 자기의 궤도를 돌던 별들이 서로의 곁을 가볍게 스치듯 부딪칠 때 일어나는 아픈 섬광이라나.
‘part 5 사랑과 도덕’, 인정받지 못한 사랑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 사랑이 반드시 처녀 총각의 전유물일 리는 없다. 수많은 작품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저급하지 않고 비판과 질문과 탐구의 시선을 잃지 않은 작품들이다. 레프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 존 파울스의《프랑스 중위의 여자》, 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 서영은의《먼 그대》, 귀 스타브 플로베르의《마담 보바리》. 과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의 결말은?
자! 이제는 사랑의 귀결점이라 불리는 결혼! 마지막 장이기도 하다. 사랑이 결혼에게 행복을 묻다, ‘part 6 사랑과 결혼’. 글쓴이는 제임스 설터의《가벼운 나날》, 가브리엘 루아의《싸구려 행복》, 페이스 볼드윈의《오피스 와이프》, 산도르 마라이의《결혼의 변화》, 시몬 드 보부아르의《위기의 여자》를 읽어봐야 한다고 넌지시 권한다. 가난, 성공, 돈, 부자. 이런 단어들로 넘쳐나는 요즘,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결혼, 행복의 상관관계를 묻는 것이다.
34편의 소설을 요약하고 그 의미를 건네주며 남미영 작가는 말한다. “모든 사랑은 명작을 꿈꿉니다. 나이 드는 건 저절로 되지만, 아름답게 나이 드는 건 배워야 합니다. 사랑의 열정은 저절로 생기지만, 아름답게 사랑하는 법은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과거나 오늘날이나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단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타인의 삶, 그들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가 사랑과 인생을 연습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그래서 어디서도 사랑을 배운 적 없는 우리가 더 많은 사랑이야기를 읽어야 한다고 글쓴이는 힘주어 말한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모모의 사랑이 비록 남녀 간의 사랑을 묻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사랑은 아니다. 우리는 읽고, 느끼고, 실천함으로써 한결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가 있다.
『 한 번뿐인 인생, 우리 모두의 사랑이 아름다운 명작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독자 여러분에게 바칩니다. - 남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