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독립서점 ‘카프카의 밤’에서 수요일 오전에 <수오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6주 동안 무료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다. (중략)
나는 새벽에 글을 쓰는 편이라 해가 뜨면 잠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수요일 아침마다 피곤과 싸우느라 몸과 마음이 항상 분주했다. 첫 모임에서 7명의 참가자를 만났다. 그들에게 ‘왜’를 더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그들은 각자만의 쓰고 싶은 이유가 존재했다. (중략)
2주 차에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한 참가자가 ‘어릴 적 어떠한 기억’이라는 주제 아래 <파묘>라는 제목의 글을 낭독했다. (중략) 글이 이어지면서 한 사람씩 손으로 눈을 훔치기 시작했고, 다음 사람의 글들이 이어지면서 눈물은 소리가 되어 공간을 채워갔다. (130-131쪽)
저자는 431일간의 여행 이후 읽고 쓰는 삶을 선택하여 지금까지 총 네 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후 전업 작가로 살기 위해 그는 부산에서 북클럽을 운영하면서, 한 편으론 여러 수업 또는 강연을 다니고 있다. 나는 그의 인스타 피드로 여전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의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이 책은 크게 저자가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된 계기, 그리고 글쓰기의 효용성(글을 써야 하는 이유), 각 대상자들(아이, 성인, 부모, 노년) 별로 글을 쓴다는 게 갖는 의미가 무엇이며, 좋은 글이란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얼핏 작법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표지이지만, 실은 글을 이제 막 쓰고 싶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무얼 어떻게 써야할지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쓰기 입문서에 가깝다. 저자 자신이 지금껏 총 네 권의 책을 집필하기 까지 해왔던 고민과 그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만났던 이들의 고민이 어느 정도 녹아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데 반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다소 반복되는 듯해 책을 덮은 뒤 아쉬움도 남았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가 계속해서 성실하게 글을 써나가고 있다는 점과 전업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음 책도 계약했다는 점(인스타 피드에서 보았다!)등을 생각해볼 때 어쩐지 그런 아쉬움들이 소거되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같이 책을 읽는 독자의 수가 줄어든 세상에서 글을 쓰는 이로 산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이따금씩 생각했다.
특히나 서두에 발췌한 부분을 읽을 때 글을 쓰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제목이 ‘당신이 글을 쓴다면’이 아니라 ‘우리가 글을 쓴다면’이듯, 글은 홀로 쓰는 행위이지만 홀로 쓴 글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 글은 결코 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되려 연대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신비하다. 글을 쓸 때 우리에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게 궁금하다면,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