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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터 빌런
  • 존 스칼지
  • 16,200원 (10%900)
  • 2024-12-31
  • : 1,714
주인공 찰리는 입에 풀 칠을 겨우 하며 사는 임시교사이다. 심지어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어찌 이 생활을 모면할 방도를 찾던 찰리에게 부자 외삼촌 제이크 볼드윈의 부고가 들려온다. 어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외삼촌이 사실 빌런이며 찰리는 그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의 유언이 찾아온다. 심지어 자신의 고양이 헤라는 사실 삼촌의 직원이며 의사소통도 가능한 똑똑한 스파이라고 한다. 이 길에서 발을 빼려는 순간 찰리는 외삼촌의 숙적들에게 자신의 집이 폭파되는 것을 목격한다. 암살자까지 손수 방문해 준다. 찰리에게 더 이상 도망갈 길은 없다.



『스타터 빌런』(존 스칼지, 구픽, 2025)은 노인의 전쟁 시리즈,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레드 셔츠』(휴고상 수상) 등을 쓴 존 스칼지의 신작 소설이다. 그의 전작들과 같이 훌륭한 유머 솜씨가 진득이 담겨있다.

찰리는 007, 제임스 본드에 등장하는 빌런들처럼 온갖 첨단 기술로 국가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슈퍼빌런들을 상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빌런이란 국가/기업/기관에 악의적인 방해행동을 하여 돈을 버는 사업가들이었다. 그들은 영화 같은 첨단 기술을 지니고 있지만, 세계 지배의 야욕보다는 돈을 버는데 혈열인 자들이었다. 심지어 빌런과 관계없는 가족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마블코믹스에 나오는 악당들처럼 대단한 대의명분은 없다. 본인들의 돈이 더 즁요한 자들이다. 그들이 과연 죽을 만큼 나쁜 자들인가? 빌런이니까? 작가는 판단을 찰리와 독자에게 하게 한다.
참고로 한국인 빌런도 등장한다. 부산도 친절하게 언급된다. 한국인 독자라면 이 자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갈 것이다.

찰리에겐 외삼촌의 비서 마틸다 모리슨과 무려 부동사주이자 회사 회장인 반려고양이 헤라가 있다. 이들은 찰리에게 빌런의 경제구조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준다. 독자는 생소한 세계에 어려워할 필요 없이 찰리와 함께 그들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면 된다. 앞서 말했듯이 빌런들은 국가/기업/기관을 상대로 방해공작을 통해 돈을 번다. 이게 어떻게 돈이 되는지 듣다 보면 실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간다. 상호확증파괴가 어떻게 돈이 되는지도 알게 된다. 돈공부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미 세계 경제에 능한 독자라면 실제 세계와 소설 속 세계 경제 상황을 비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존 스칼지는 실제로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집시다. 소설 속 고양이들은 사랑스러우며, 유능하고, 어디에나 있기에 스파이로 적합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국가, 기업, 기관, 개인 심지어 숙적들 속에도. 이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의 주접일까? 어찌되든 작가의 고양이 사랑이 느껴진다.

작가의 동물 사랑은 다른 존재들에게도 느껴진다. 바로 수중 공작원인 돌고래다. 외삼촌의 회사 소속 돌고래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클론 생명체이다. 이들은 번역기술을 통해 인간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고양이들도 컴퓨터 타자로 대화하는데!
“썩어빠진 부르주아들!” 돌고래들이 외친다. 이들은 노동투쟁 중이다. 같은 유전자 조작 동물인 고양이는 회사 간부진까지 앉았는데 돌고래들은 그렇지 못한다. 회사 후계자 찰리에게 노사협의를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한다. 지능이 높은 만큼 욕도 잘한다. 아주 입이 걸걸한 친구들이다. 어떤 욕을 하는지는 직접 읽어봐야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를 뽑으라면 바로 이 욕쟁이 노조원 돌고래들이다. 이들이 두렵거나 사랑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면, 혹시 당신도 부르주아의 마인드를 지녔는가?

존 스칼지는 『노인의 전쟁』을 통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후계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둘의 유쾌 활극 소설들에서는 비슷한 맛이 느껴진다. 『스타터 빌런』과 하인라인 사이에서 유사하게 느껴지는 작품은 『여름으로 가는 문』이다. 반려인간보다 유능하고 든든한 고양이 가족들(헤라-피트), 주인공에서 헌신적인 여성 조력자들(모리슨-리키), 타의로 황당무계한 세계로 던저진 주인공들(미래-빌런 세계). 주인공들은 원래의 안위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이다.
하인라인은 특유의 결혼 엔딩으로 유명하다.(결혼 엔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여름으로 가는 문』, 『별을 위한 시간』, 『더블 스타』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스타터 빌런』도 엔딩이 비슷할까? 마침 유능한 여성 조력자가 찰리 옆에 있다. 어떤 결말인지는 직접 읽어보시길.

일반 시민이었던 찰리는 고향의 펍을 그리워하여 지역 사람들이 그곳을 똑같이 그리운 장소로 기억하길 바라여 펍을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천재 고양들에게 과거 싸구려 사료를 먹였던 것에 미안해하고, 그들이 끝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여린 심정을 지녔다. 고양이들이 습격에 다치지 않았을까 먼저 걱정하고, 돌고래들의 권리를 인정하여 노사협의를 진행하는 등 일반적인 도덕심도 지녔다. 반면 모리슨은 시종일관 찰리에게 빌런사업을 완수하길 강요하며 찰리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찰리는 끝내 빌런의 길을 선택하며 그들과 같이 사악해질까?

유능한 조력자들이 있다고 찰리가 무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만능형 주인공도 아니다. 명문대 출신의 전직 기자로서, 빌런들의 공갈협박의 허점을 눈치채고 스스로 판을 뒤엎기도 한다. 그렇지만 암살자와 미사일 습격에는 손수무책이다.
찰리는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이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찰리의 눈으로 같이 소설을 읽다 보면 찰리가 느끼는 황딩무계함과 도덕심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소설은 2023년에 출간되었다(국내:2025년). 최근 작품이며 코로나-19가 언급되는 만큼 소설은 우리의 현실과 가까운 세계를 그린다. 하드 SF,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SF가 어렵거나, 현대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존 스칼지의 저작 중에서도 가볍고 유쾌한 내용이기에 존 스칼지 입문작으로도 추천한다.

#제2차 구픽 독자 서포터즈 활동 글입니다.
#책은 구픽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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