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송아지 2026/02/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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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개정판)
- 박민규
- 16,000원 (
800) - 2025-11-19
: 3,455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예전에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몇 번 봤을 때는 "표지"가 허들이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작품이 실린 표지가 뭐랄까 유명작에 기댄 이류작품 같은 느낌이라 패스.
이번에 강렬하게 읽고 싶은 욕구가 인 것은 배우 박정민의 추천 때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고, 20대때 끌어안고 살았다고.
그런 평가를 받은 책은 무조건 읽고 봐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 제목은 "시녀들" 보다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클래식 음악과 동명이다.
특정인이 아닌 어느 왕녀가 궁중에서 파반느(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한 느리고 우아한 궁정 무곡) 를 추는 장면을 상상하며 쓴 곡이라고 한다.
피아노곡이랑 오케스트라곡 다 들어봤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 한가지 실수라면, 얼마 후 개봉하는 영화 "파반느"의 예고편을 책을 읽는 도중 봐 버렸다는 것이다.
잘 생긴 청년과, 못 생긴 여자아이, 그리고 신비롭고도 철학적인 그 아이의 비쥬얼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 다르게 예고편의 그 아이들로 고정되어 버려서...
내 상상이 날개를 돋지 못하고 가라앉아버린 듯한 느낌. 그게 아쉽다.
(특히 변요한/심지어 극중 이름도 요한이다)
- 1986년 자본주의가 판을 치던 그 시절의 이야기 .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그 시대의 잔상.
하지만 모두 그러지 않을까, 20대 초반이라는 존재들은.
- “우리는 모두 죽은 왕녀 곁에 들러리 선 시녀와 마찬가지였다.”
- 초반의 요한의 말들은 철학책을 방불케 했다.
우리는 계속 부끄러워하고 또 부러워한다, 는 그 말이 내내 가슴에 걸린다.
그래, 나도 내내 나를 부끄러워했고, 타인을 부러워했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불에 데인 듯 못 견뎌했고,
내가 가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열등감으로 내내 고개를 숙여야 했던.
그게 지금은 옅어졌지만 없어졌다고 할 수 없고. 그 감정이 강렬했던 시절에 대한 생각이 나서 끼고 살았다는 박정민 배우의 말이 이해됐다.
어떨 때는 한 문장이 모든 걸 말해줄 때가 있으니까.
- 잘 생긴 남자와 못 생긴 여자의 연애담.
왜 사랑에 빠졌을까?, 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그런 게 사랑이니까.
근데 호기심에 사랑에 빠질 수는 있다. 의심하려는 순간, 남자의 설렘이 글마다 느껴져 의심을 거둔다. 이 남자, 진짜다!
그 남자가 잊지 못하는 세계. 하나 하나 잊지 못하는 그 마음을 읽으며, 나도 설렌다.
누가 나와의 순간을 이렇게 기억해준다면...잊지 못할 거라 되뇌인다면...상상으로도 행복 도파민.
- 잊을 수 없다, 잊을 수 없다를 반복하며 잊을 수 없다를 강조한다.
결국 잊힌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잊을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나는 잊었을까?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것을.
- 고백의 편지를 읽는 데, 숨이 턱 막힌다.
"못 생긴 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했는 데, 그건 팔이 없는 것, 다리가 없는 것, 지능이 모자란 것과 진배 없었던 것.
어쩌면 더 가혹했던 걸까.. 상처입는 과정이 너무나 실감나서, 마치 나도 같이 괴롭힌 거 같아서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까지 가혹하게 느껴야 하는걸까? 근데 그 답은 이미 앞에 나와있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니까.
-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나서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난 잘 모르겠다. 보고 싶기는 하다, 만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렇던데.
20살에 좋아했던 사람과 35살에 만나면 어떨까. 진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 시절을 사과해야 하나, 좋았던 시절을 추억해야 하나, 일상대화를 나눠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다 안 만났을 거 같다.
그런데 "무사"하기 위해 만났단다.
당신이 무사하다는 걸 알고 그래야 내가 무사할 수 있으니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만나길 원했던 거라고.
그렇다면. 역시 나도 만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무사"한지 알고 싶어서, 그걸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괴로워서 지새운 밤들.
뒤돌아 보며 아픈 것과, 그럼에도 이제 아프지 않다는 큰 차이점을 알 것 같기도 하다.
- 또다시 이렇게 헤어지진 말아요.
ㅠㅠ(살짝 글썽)
- 독일어는 배우기 어려워?
ㅠㅠ(흐뭇)
- 그런데 마지막.......을 읽는 데 육성으로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거 뭐야??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ㅠㅠ
- 뒷 이야기는 마지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는 듯 했다.
이런 이야기와 저런 이야기가 있어. 어떤 이야기를 믿을 지는 너에게 달려있다, 와 같았다.
물론 같은 의미는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해피앤딩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아니고, 실존과 상상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행복하길 바란 건 아니지만, 행복하게 끝나서 울컥 했는 데, 또 그게 마지막이 아니고 결국엔 내가 정하는 것이 결말일지니.
- 작가의 말은 중언인 것 같아 처음엔 좀 짜증이 났는 데, 읽으면서 설득됐다고 할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오타루에 살고 있는 그들을, 정말로 상상해버리고 만다.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이다.
"잊을 수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주인공의 말처럼 잊을 수 없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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