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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미륵(1899~1950)은 이의경의 아명이다. 1919년 4월 17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국내에도 그에 

연계하여 독립운동자금모금 등을 위해 항일운동 조직인 '애국부인회'와 '대한청년외교단' 등이 조직된다. 경성제대 의대생 이의경은 만세 시위 유인물(1919. 8. 29 만세시위)을 직접 인쇄하여 나눠준다(대한청년외교단 편집국장, '국치경고문' 300부). 


그 해 11월 간부 8명이 일제에 긴급체포 당하자, 급히 고향인 황해도 해주로 피신한 이의경은 모친의 금전적 도움으로 압록강을 건너고, 중국 상하이로 간다.

임시정부 '대한적십자대' 대원으로 활동하며 간호사를 교육했다(1919. 11. 29 부터). 

이듬해 4월, 상하이를 출발하여 여러나라를 거치는 '르 뽈 르까'라는 유럽행 프랑스 

여객선을 탄다. 유인물 인쇄배포 관련하여 대구지방법원 궐석재판으로 출판법 위반 

2년형을 언도 받는데, 이것은 독일에 도착하고 한 달 뒤의 일이다(1920. 6. 29). 

일제가 기록한 해외 체류자 명단이 남아있는데, "재구(歐, 구라파) 요주의 한인" 중 '독일'(1925. 7) 부문에 이의경이 들어있다.  


상하이를 떠날 때 배를 함께 탔던 한인들은 대부분 프랑스 마르세유 항에서 내렸지만, 

빌헬름(=빌렘)신부와 합류하여 이미륵과 안중근 의사의 사촌 안봉근(1887~1945?)은 독일까지 가게 된다. 독일에 정착하여 '세계피압박민족회의'가 

벨기에 브뤼셀(1927)에서 열렸을 때 이의경은 일제침략 고발을 위한 4명의 

조선대표(이의경, 이극로, 황우일, 김법린)로 참석하기도 했다.


뮌헨대에서 동물학 박사가 되었으나 취업이 어려워 글을 썼는데 'MIROK LI'로 쓴 

독일어 작품 <압록강은 흐른다>를 발표하고는 독일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아직 

모든 작품을 알지 못하기에, 일단은 위트있는 꽁트 <이상한 사투리>가 제일 맘에 든다. 

이미륵은 1920년 5월 26일 부터 뮌스터슈바르차하 수도원에 머물렀다. 아마도 이 작품은 수도원에 뒤이어 오게 된 프랑스 군 탈출병 모로코 출신 흑인과의 언어소통에 관한 

에피소드(외국에 대해 무지한 문지기 수사가 이미륵과 모로코인을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자기 앞에서 둘이 대화하는 걸 보여달라며 궁금해 한다. 이미륵은 자신과 모로코인이 다른 지방 사람이라 서로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거라고 설명하자 시골출신인 수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말을 십분 이해한다). 


위암으로 51세인 1950년 3월 20일, 독일친구들이 불러주는 애국가를 

들으며('우리나라만세' 부분은 함께 부르고) 그렇게 죽었다. 드디어 바이에른 주 뮌헨 

근교 그레펠핑의 묘지에서 고국으로 왔다. 1920년 독일에 첫 발을 디딘지 104년이 지난 2024년, 많은 이들의 기억과 정성과 노력으로 한 줌 가루로나마 귀국하게 되었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14번 게이트에서 <이의경 지사 유해 봉환식>이 열렸다(2024. 11. 16. 토. 오후1시). 


그간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다시 옛 기억을 떠올린 건 경향신문 곽희양 기자(2024. 11. 12)의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전혜린이 번역한 <압록강은 흐른다>, 정규화의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를 집을 뒤져 

찾아냈다. 그러고나서 '이미륵박사기념사업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인터넷 

사이트의 글을 사흘간에 걸쳐 읽었다. 그런 다음 표현이 어려운 어떤 심정으로, 이끌리듯

인천공항까지 가서 봉환식을 본 것이다. 다음 날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7묘역 유해 안장식 또한 참석하였다(2024. 11. 17). 

아리랑을 불러드리고 싶은 마음인지라 아리랑 성냥과 태극기를 상에 얹고, 

우리 제사상 같은 남의 제사상에 절을 했다. 


정규화의 제자 박균 선생이 번역한 <압록강은 흐른다>를 사들고 가 사인을 받았다. 

이영래 유족대표님이, 정규화의 <어느 이방인의 향기>(이미륵 박사 찾아 40년) 

정규화, 박균 공저 <이미륵 평전>(Dr. MIROK LI)에 사인 해주었다.  

이의경 지사 안장식 후, 정규화 선생 묘소와 전혜린 선생 묘소에도 차례로 방문하여

절하고, 사진 찍고, 묘지 정돈을 했다. 이 세 분은 하늘에서 다같이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부디 만났기를 바라본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위해 운명의 소용돌이에 아낌없이 몸을 던진

'수많은 그들'에게도 영원한 안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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