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 출판사에서 나온 이창동의 밀양 각본집이다.
이창동과 영화는 유의미해 보이나, 주인공은 고통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정희진 때문에라도 이 책을 사 읽은 것인데, 내가 정희진의 팬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의 것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희진, 그의 삶 또한 이 천편일률적
떼들 속에서 유의미해 보인다.
이 책에는 이창동의 작가의 말, 섬세하게 기술한 밀양 각본, 이동진 등과의 인터뷰들, 영화 촬영 때의 사진들 등에 더해, '피해자의 오만과 숭고한 실패'라는
정희진의 에세이가 첨부되어 있다.
총 371쪽이다. 이렇게 독자를 배려하는 자상한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밀양의 원작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이야기> 라고 한다. 정희진은 에세이 끝에
이렇게 썼다.
"피해자가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들의 고통을 다루고자 하는 예술가가 있을 뿐이다. 나의 유일한 위로는 윤리적인 지식인 이창동의 존재다.
나는 그에게 의지한다."
위로받을 문장이다. 이창동의 존재에, 정희진의 존재에, 그들에게 의지할 수 있다.
용서는 가능한가, 고통은 치유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할 수 있다.
1.도로(외부/낮)
화면은 구름이 드문드문 있는 푸른 하늘에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