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니 가슴이 콩콩 따뜻하게 울리는 책입니다. 산 아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으로 변신한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의 잡힐 듯 말 듯 쫓고 쫓기는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사는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거든요. 호랑이와 토끼, 까치가 사람으로 변신했을 땐 누구일까 찾아보고 연결하며 읽게 되고요, 루호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그 사냥꾼은 왜 평생 호랑이를 쫓게 되었을까? 단서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의문을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독후감 쓰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루호와 친구들과 구봉삼촌의 곤드레 하숙집에서 삽니다. 몸도 빠르고 눈치도 빠른 희설과 달수는 하숙비를 마련하는데 우리 주인공 루호는.. 어쩌죠? 어디서 무엇을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기척 감추기로 학교 숙제도 안하고 넘어가다가 구봉삼촌에게 딱 걸린 후부터 양심껏 숙제는 해갑니다. 어쩜~ 남 일 같지 않아 읽다가 공감이 확 되었네요.
모악할미에게 인간으로 변신하는 법을 배워도 허탕치는 루호. 희설은 루호의 어깨 너머 배워서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어요. 반면 루호는 한참동안 변신이 안되었어요. 그러던 중 모악할미가 쓰러졌을 때 희설은 루호에게 진심으로 원하면 인간으로 변신해서 할머니를 업고 마을가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위기가 곧 기회였어요~
어느 날 마을로 이사 온 6학년 동급생 지아. 루호는 지아가 동생과 이삿짐 나르는 걸 보고 도와주며 궤짝에 새총과 덫, 올무를 보았어요. 지아의 아빠는 호랑이 사냥꾼인데 오늘도 사냥하러 갔대요. 그럼, 지아의 아빠 강태는 어쩌다 호랑이 잡는 사냥꾼이 되었을까? 그건 할아버지의 죽음과 관계가 있어요. 어쨌든 지아네가 이사온 후 루호는 며칠 동안 사냥꾼에게 쫓기는 꿈을 밤새 꾸게 되었어요.
호랑이 사냥꾼의 딸 지아와 인간으로 변신한 호랑이 루호. 지아는 아빠가 하는 일이 맘에 안들고 사람들의 수근거림도 싫지만 아빠가 시키는 대로 인터넷에서 수상한 목격담이 있는지 검색해서 알려드리곤 하네요. 스스로 뭘하고 싶은지 몰랐으니까요. 새벽에 개천에 나갔다가 만난 둘은 얘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갑니다.
그러던 중 뉴스에 동물이 죽음을 당한 사건이 보도됩니다. 그 장면은 루호가 꿈에서 본 장면 그대로였어요. 뉴스에 보도된 후 마을은 인터뷰하러 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게 모였어요. 아빠 강태는 지아와 승재에게 호랑이가 한 짓이라고 알려주는대요. 지아는 마을에 있는 산에서 동물들이 많이 죽던 날이 강태가 집을 나간 시간대라는 걸 알아요. 반면 마을은 이런 저런 의심들로 말들이 많아지는데... 루호와 친구들은 멀리 이사라도 가야하는 걸까요?
내가 살 자리는 스스로 찾을거야 호랑이 답게
[루호]는 채은하 작가님의 첫 작품이면서 2021년 창비출판사 ‘좋은 어린이책’ 공모전에서 동화 부문 대상작이예요. 첫작품인데 몰입도가 높고 공감을 끌어낸 첫작품이어서 이력을 보니 기자생활을 하신 작가분이시네요. 호랑이의 기운을 품고 있는 세상의 아이들에게 당당함과 용기를 따뜻함과 존중하는 음성으로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