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전소설 독서모임 ‘더 클래식’이 3년만에 첫 오프라인 만남을 가진다. 그저 반갑기만 할 줄 알았던 만남은 누군가의 편지로 인해 산산이 부서진다. 편지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나만 아는 비밀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고전소설을 읽으며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따져 묻던 아이들의 고상함은 의문의 편지로 너무 쉽게 무너진다. 서로를 의심하고 공격하며 내면에 숨겨진 지독하고 이기적인 도덕성이 까발려지게 된다.
과연 누가 왜 편지를 보냈을까?
등장인물들과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과정은 놀라운 몰입감을 주는 동시에 한번 펼친 책을 결코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인물들이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휘몰아치듯 쏟아지고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닿는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소설 속 또 다른 등장인물이 되어 그들과 함께 부끄럽고, 억울하며 또 서로에 대한 배신감에 괴로워진다. 하지만 정작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죄책감이다. 그리고 작가는 뜻밖의 반전을 통해 죄와 벌의 본질보다는 변화하려는 마음에 주목하게 만든다.
‘나만 아는 거짓말’은 맛깔나게 청소년 장르문학을 풀어가는 작가 ‘김하연’의 신작이다. 추리소설답게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개인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고전소설 독서모임답게 자연스럽게 스며든 고전소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소개된 고전소설을 읽고 싶은 욕구까지 불러일으킨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어. 다들 그런 척할 뿐이지.
- ‘나만 아는 거짓말’ p104 -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죄는 하나같이 이유가 있었고, 나름의 값을 치렀다 항변한다. 그러나 타인의 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우리는 오히려 그 미숙한 관대함이 부끄러운 변명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게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야.
- ‘나만 아는 거짓말’ p111 -
소설 속 인물들이 부끄러움을 극복하며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비록 끝내 용서 받지 못할지라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달라지겠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만으로 나는 그들의 죄를 용서할 수 있을까? 되묻는 내게 작가는 그들의 ‘죄’를 용서하지 못할지라도 더 나아지려는 마음만큼은 짓밟지는 말자 말하고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어, 그것도 속죄의 한 방법이 아닐까.
- ‘나만 아는 거짓말’ p186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죄는 죄로써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달라질 미래마저 벌로 가득한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미숙함에 의해 상처 주고 상처받기 쉬운 청소년 시기, 나의 죄가 영원한 족쇄가 되지 않도록 속죄하는 용기를 그리고 타인의 속죄에 관용을 베푸는 자비를 가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