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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 14,400원 (10%800)
  • 2021-11-12
  • : 599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이전의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 저항하며 독자적인 생산자로 살아가는 분투기였다면 이번 책은

우여곡절 끝에 마음속 나침반이 이끄는 선택으로 지즈초의 주민자치회 도움을 통해 원하는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맥주의 발효균과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삶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다. 맥주에 치명적인 유산균 억제에서 역발상으로 유산균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선 현장에서 천연균으로 빵을 만들어왔던 장인의 오랜 노하우가 작용하였다. 관행 맥주제조법을 벗어나 대량의 이윤을 많이 남기는 방식이 아닌 독자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과 천연균과의 대화, 지즈초의 지역생태계들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는 책이다.

위생에 대한 근대적 시각을 되짚어 보기

20세기 21세기를 지배하는 근대적 위생개념인 살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위생개념 역시 대량생산이란 산업에 필요했던 개념이다.

대량 생산에 적합한 순수 배양한 강력한 발효균을 첨가해 발효를 일으키는 제조방식은 부패균을 포함한 모든 균을 멸균한다.

이런 멸균에 대한 위생관념은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확진자를 코로나 전파자 매개자로 찍어 확진자가 지나가면 문을 닫고 살균 소독하며 전세계 모든 다양한 인종을 1년의 연구도 채 끝나지 않은 몇 개의 백신접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코로나 19라는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이 여전히 근대산업의 위생관념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다.

면역력이 부족한 기저질환자나 노약자에게 신선한 공기와 산책, 건강한 먹거리, 인관관계를 뺏고 강제적으로 집안으로 가두고 백신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미접종자들의 행동을 제한하며 위생통치를 실행한다.

요양원에서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고 외롭게 돌아가신 노인들, 백신해작용으로 죽어간 사람들과 하소연할 곳 없는 유가족들. 생계가 차단된 소상공인들. 확진자들을 격리하고 그들이 사용한 물품들은 방사능폐기물처럼 철저하게 폐기하고 살균 소독한다.

약간의 콧물이나 감기기운이 돌아도 PCR 검사를 자동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남아공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수가 너무 적고 남아공 평균 연령층이 낮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해결방안은 부스터샷 백신이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정부를 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전국민 80프로란 높은 접종율에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유일한 대응이 미접종자 800만의 백신접종이라니!
애초에 유럽과 아시아의 코로나가 주는 영향은 다르며 2년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쌓인 국내 자료들(백신피해, 백신의 실효성,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어디 가고 외신 자료들과 질본청에서 그날 그날의 숫자만 가져오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조차 멸균, 살균, 백신이라는 근대위생개념에 철저하게 갇혀 있거나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발효 환경은 단순한 인과가 아닌 복잡한 ‘인연’으로 파악해야 한다. 104쪽

상호관계를 무시하고 모델에 근거한 인과관계를 밝혀 도움되는 것과 도움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불안정한 요소들,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들을 배제하는 합리적 사고관의 취약성이 코로나 펜데믹 현상과 방역으로 이어진다.

도구는 대부분 ‘사이’에 존재하며 양자를 잇기 위해 탄생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사이’에 존재하는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애초에 해야 할 소통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 본문 191쪽

소통의 도구인 휴대폰이 역설적으로 개인들의 시간을 잠식해서 방해꾼이 되어 이 문구를 읽었을 때 몹시 부끄러웠다. 영화 월-E에서 바로 옆사람과 통신기계로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황당해하며 매우 우습게 봤는데 내가 그런 꼴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편리한 도구가 앗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문구라고 생각된다.  

 

감상

내가 사는 동네에도 다루마리와 같은 경영 철학을 추구하며 빵을 만드는 8인이 공동대표인 빵집이 있다.차이가 있다면 다루마리 대표의 책은 일본과 한국에서 매우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 다루마리 빵집까지 직접 찾아간다. 나는 책으로만 접해서 매우 궁금했는데 직접 가본 분이 빵이 너무 비싸고 동네 빵보다 맛이 없어 실망했다며 너무 부풀려졌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동네에도 우리밀과 천연균으로 빵을 만들고 이윤 남기지 않으며 삶과 노동이 하나 된 인생을 추구하는 마을의 빵집이 존재한다. 다루마리보다 유명하지 않지만 10년 넘게 우리밀을 고집하며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찾아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그릇된 편견이나 우물 파기 사건처럼 몸으로 부딪혀 익히면서 모든 것을 직접 자신이 해야 한다는 외골수적인 기질조차 솔직하게 보여준다.

한국독자를 의식하여 너무 좋게만 쓰여진 서문이 불편했다. 한국이 정말 일본보다 전통적인 식문화가 많이 남아 있단 말인가? 시중에 쉽게 구입하는 밀키트로 식사를 채울 수 있는 한국의 푸드산업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듯하다.

저자는 대량 산업 자본주의의 획일성, 균질성에 저항하여 표준제조방식에서 벗어나 전통 발효 기술이 가진 장점을 찾아 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립하기 위한 무기로 기계과 기술이라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자원이나 사람을 수탈하지 않고 기계와 기술을 활용한다면 좋을 것이다. 저자는 온라인 판매도 하고 6미터의 대형 제분기계도 이용한다.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활용한다.

독점적이고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닌 지역생태계의 보존과 자본이 지역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 순환되는 방식, 젊은이들의 정착까지 고민하고 있어 대도시의 에너지 식민지이자 인구가 소멸하는 지역을 복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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