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불안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지침이 되어줄 무언가를 찾는다. 성공한 사람들, 정신적 스승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 이러한 책들은 독자들을 위로하고 의지를 다지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이 삶의 목적을 대신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목표를 향해 자신의 길을 거침없이 나아가는 이야기가 그들이 애초에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인종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보웬은 그들과 정 반대인 우리가 외면하는 밑바닥 인생, 거리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누군가의 존경을 받을 만큼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작은 만남이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다른 존재를 위해 인간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통해 삶의 목적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서로를 찾아냈어요.’
제임스는 자신이 기거하고 있던 노숙자 보호를 위한 공영 아파트 복도에서 한 고양이를 발견한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런던 길거리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가난한 음악가인 그는 자신의 삶만으로도 벅차다. 그러나 그는 상처 입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가엾은 적갈색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한다.
‘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고양이는 가진 돈을 털어 자신을 치료해준 제임스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둘은 친구가 되고 곧 서로에게 전부가 되었다.
밥과 함께하는 일상은 제임스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난생 처음으로 돌봐줘야 하는 존재가 생긴 책임감은 그에게 활력과 삶의 목적을 주었다. 자신 이외의 다른 존재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기쁨을 알게 된 제임스는, 밥을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한다.
제임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고양이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정하는 기준이 까다롭다. 건강을 되찾은 밥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그가 믿고 따라다니는 제임스를 조금씩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늘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제임스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가 낯설다. 그러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얼어붙은 제임스의 마음은 점점 녹아가고, 이기적이고 날선 그의 태도는 점차 사람들의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밥과 함께하기 시작한 후에도 여전히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지레짐작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는 제임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낸 점이다. 밥을 만나기 전의 자신의 삶을 참회하고 좋은 일만을 하며 살아간다면 진부하고 허황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그에게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주는 밥에게 떳떳하기 위해 제임스는 올바른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그럴수록 둘의 유대감은 깊어져 간다.
‘우리는 사는 동안 매일 두 번째 기회를 부여받는다.’라는 인용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항상 기회는 제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할 뿐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큰 기회를 찾는다. 그러나 서로를 발견한 제임스와 밥처럼 작은 선택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바꿀 두 번째 기회가 아닐까.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는 둘의 모습은 책을 덮은 후에도 그들이 자신들 앞에 닥칠 어려움을 잘 이겨낼 거란 믿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