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jj229 2025/02/11 12:58
jj229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기막히게 좋은 것
- 최갑수
- 16,020원 (10%↓
890) - 2025-01-17
: 1,400
#기막히게좋은것
몇 년 전 최갑수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고 완전히 넋을 잃었다. 마음 청소가 필요한 날이었는데 때마침 만난 것이다. 그 뒤로 작가님의 책이라면 두 손 번쩍 들고 만나서 내가 읽는 것은 물론 주변에 치유가 필요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곤 한다.
어렵지 않은 글, 복잡하지 않은 글, 기교없는 글이 좋다.
‘기막히게 좋은 것’ 제목을 따라 가다보면 결국 마지막 페이지에 ‘기막히게 좋은 곳’에 가만히 서있는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고맙습니다.
허나 챕터마다 말미에 ‘맥주’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술꾼이 나로썬 당장 책을 집어 던지고 냉장고로 달려가 한 잔 하고픈 충동이 들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픕.
(특히 양배추, 두부 킬러인 나에겐 더더욱......끄응)
여행전문 에세이 작가님 답게 곳곳을 다니며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음식과 술로 풀어낸다. 중간쯤 순천이야기도 나왔다. 내가 기대한 자세한 소감이 없어서 살짝 실망?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작가님식대로 ‘갈대밭 근처 식당에서 칠게튀김에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이런거?? 하하하!! 술이 빠지더니!! 아쉽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나저나 지금은 술을 끊으셨다고 하던데 이게 더 아쉽나?
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이 나랑 비슷했다. (기승전‘주’의 마무리도?)
그것은 바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걸 가능한 한 좋은 것으로 쓴다는 점이다. 나또한 와인은 5만원 아래여도 와인잔은 좋은 것을, 두부 한 모라도 수입 접시와 식기에,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여행지에서 사온 머그잔을, 잘보이는 식탁 위에 꽃 한 송이라도 꽂아두려 하고, 침실에는 잠들기 전 샤넬 NO.5를 뿌린다. 자주 사용하는 주방을 핑크타일과 황금 수전으로 포인트 준 것도 그런 내 취향을 고려한 것. 그렇다고 아주 비싼 것들은 아니고. 내 옆에 자주 사용하는 것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도록 놓아두는 편이랄까?
#글은행
‘미래를 위해 물건을 쌓아두지 않고, 날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써버리고는 더 좋은 것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 것’ -인생의 법칙 : 책속의 책 (P.32)
여행을 와서는 ‘여행자’라는 감각과 기분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평소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여행자라는 신분을 얻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희생해 여행을 떠납니다. 멋진 호텔에서 자고 특별한 음식을 먹죠. 여행자는 현지인과 분명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P.124)
바람이 불 때면 테이블 위로 벚꽃잎이 떨어져 내리곤 했습니다. 고개를 들어 벚나무를 바라보면 벚꽃잎 사이를 빠져나온 분홍빛 볕뉘가 저를 눈부시게 했고요. 그때, 접시위에 내려앉은 꽃잎을 보며 ‘지금’ 또는 ‘현재’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 이 순간은 지나가면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떨어진 꽃잎처럼 허망하겠지. 그러니 지금 이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P.136)
인연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문득 옆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와 옆에 앉아 있고, 어느날 옆을 더듬으면 휑하니 빈자리 입니다(…) 갈 사람은 눈이 녹듯 가고, 올 사람은 꽃이 피듯 옵니다. (P.213)
인생은 끝까지 외로워지지 않으려 애쓰다 마침내 외로워지는 한 편의 이야기일까요.
(P.273)
인생은 어떤 것이가 하는 거창한 고민, 더 좋은 작품을 써야지 하는 대단한 결기도 좋지만, 오늘 저녁엔 어떤 술과 안주를 먹을 것인가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살아 보니 인생이 그럭저럭 살 만하구나 하는 걸 느끼는 순간은 식탁 위 젓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군요. 그걸 조심스럽게 집어 올리면 되는 거죠. (P.291)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